“은행 중심 해외진출 한계 노출…경쟁력 강화 새 판 짜야”
“은행 중심 해외진출 한계 노출…경쟁력 강화 새 판 짜야”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07.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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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진출 국내기업 대상으로 대출, 증권 위탁매매 등 ‘제한적’ 업무 수행
해외 금융그룹 전략 수정 시급…현지 대형 금융사 지분인수 방식 등 필요
서울 여의도공권에서 바라본 여의도증권가. 사진=김성미 기자
서울 여의도공권에서 바라본 여의도증권가. 사진=김성미 기자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해외사업을 강화하거나 재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전략이 은행 독자적 진출 방식에서 현지 금융사 지분 인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 재편 방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졌지만 현지 금융회사나 다른 외국 금융회사에 비해 경쟁력 열위에 있고 현지 시장지배력 확대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쟁력 열위의 주된 원인을 은행 위주의 해외진출 전략에서 찾았다.

박 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은행 위주로 진행됐고 비은행 금융회사 진출은 부진하다”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현지화·대형화되지 못해 현지 금융시장에서 인지도나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금융사 해외점포 417곳 가운데 은행 점포가 204곳으로 절반에 달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는 각각 17.9%, 14.9%, 17.2%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 해외점포의 약 64.3%(268개)는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현지 고객보다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증권 위탁매매 등의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일한 고객·업무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위원은 “인수금융 노하우가 있는 국내 증권사는 현지 대형 금융회사 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역외에 설립해 운용사(GP) 역할을 하고, 다른 증권사 또는 은행 등 타 업권 금융회사는 출자자(LP)로서 해당 펀드에 공동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업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동남아 국가에 특히 적합하다”며 “다만 이 지역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가 존재해 현지 금융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국내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금융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현지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거나 관련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미 세계적인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을 활용한 해외사업 재편·강화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뱅킹 시장 규모는 2018년 8038억 달러에서 2027년 1조6100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시 비대면채널 활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금융사들은 해외 리테일 사업의 신속한 재편·강화를 위해 ▲자체 디지털 플랫폼 신설 ▲디지털 금융플랫폼 운영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 제휴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소매 금융 영업 채널을 강화하려 했으나 감독당국의 규제로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결국 DBS는 오프라인 채널 영업을 보조할 수 있는 자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또한 다양한 핀테크기업과 제휴해 상품 라인업을 확충했다.

JB모건체이스도 지역적 다변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영국과 브라질에 디지털뱅크를 론칭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리테일 사업을 확대했다.

2021년 9월에는 디지털은행인 '체이스 U.K.'를 설립해 미국 외 지역에서 최초로 소매금융사업에 나섰다. 체이스 U.K.의 고객수와 예금 잔액은 지난해 5월 각각 50만명, 50억파운드에서 올해 5월 160만명, 150억파운드로 급증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2월 현지 디지털은행인 C6의 지분 40%를 확보하고 일정 요건 충족 시 나머지 지분 60%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글로벌 금융그룹들의 사례를 빌어 국내 금융사도 해외사업의 효율적인 재편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디지털 채널 확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성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미 진출한 해외시장 중 물리적 인프라 확충이 어렵거나 낮은 수익성이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전략 수정이 필요하면 일부 거점지역에 테스트베드 형식으로 디지털 채널을 시범 운영하면서 성과를 모니터링해 적용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규 지역에 진출할 때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경우 고객 기반이 넓은 핀테크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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