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 나선 기업들, 고금리 여파에 은행 대출 선택
실탄 확보 나선 기업들, 고금리 여파에 은행 대출 선택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8.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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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회사채 ‘순상환’ 기조…은행 대출은 증가세
회사채 금리 상승 영향 속 자금 조달처 다변화 목적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가 시작된 올 4월부터 8월까지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포함한 회사채 시장은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발행된 회사채보다 상환되는 회사채가 많은 상황이다.

회사채 순상환 규모는 지난 4월 8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 2조3670억원, 6월 6630억원, 7월 2조3690억 원으로 6월 한 달을 제외하고 크게 불어났다. 8월 순상환 규모도 25일까지 1조8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초 낮은 금리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지연된 회사채 발행 수요가 맞물려 발행시장이 강세였던 올 1분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올 1월∼3월은 모두 순발행 기조였고 매달 평균 약 4조3000억원 수준으로 회사채가 발행됐다.

기업들의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반대로 은행 대출은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은행 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0조3000억원 증가했다. 월별 잔액 증가분은 1분기 평균 2조5000억원 규모였으나 이후 4월∼7월에는 평균 3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 창구로 회사채 시장보다 은행으로 발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당초 전망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기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올 3월 하순부터 약 두 달간 연중 최저치(2월 3일 연 3.110%)에 가까운 연 3.20∼3.30%대를 유지하다가 5월 하순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6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이달 25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789%를 기록해 3.8%에 거의 근접했다.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 3.50%인 현재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은 작지만 연초와 달리 연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결국 현재와 같이 높은 금리 수준이 당초 전망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달 24일 기자회견에서 ‘금융 안정이 경기보다 선순위’라는 점과 가계부채 차입 상환 및 축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통화정책 상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수 있고 내년 2분기에야 최초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발행금리보다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사채 시장의 발행금리도 크게 올라 기업들이 고금리로 2∼3년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하느니 은행에서 1년 만기로 돈을 빌려 자금을 긴급히 수혈을 하려는 수요도 크다.

아울러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안해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기업의 은행 대출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올 1분기 강세를 보였던 회사채 발행시장이 1분기 후반부터 미국 은행권 신용도 이슈가 불거지며 소강상태로 진입했고 이후 금리 변동성도 커지면서 계속 회사채 발행시장 소강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도 회사채 시장 조달 여건이 빡빡해지면 자금을 마련할 창구를 다변화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그 일환으로 은행 대출이 증가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통상 9월∼10월은 회사채 시장이 계절적으로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이대로 고금리가 이어지면 연말까지도 발행 부진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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