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1.4% 유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 고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올해 여섯번째로 개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이 더딘데다 중국발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한국은행은 24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에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바 있다.
금통위가 열리기 전 금융업계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영 관련 종사자(53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채권전문가 92%는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응답자들은 물가지표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을감수하면서까지 환율·물가·가계부채 등을 명분으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수출 회복 지연, 환율 상승 등으로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지는 상황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3%로 떨어진 점도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2.7%)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8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한다"며 "최근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불거지고 있으나 중국 경기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최근 미 연준의 긴축 우려를 감안하면 한국은행도 향후 매파적인 톤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도 금리 인상 요인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이른바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올랐다.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p로 벌어졌다.
한은은 기준금리와 더불어 수정경제전망도 발표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간 성장률은 1.4%, 물가 상승률은 3.5%로 지난 5월 발표와 같은 수치다. 내년 연간 성장률은 2.2%,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0.1%p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한은은 경제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 역시 공공요금이나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여지가 있지만 중국 경기 침체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어 현 수준에서 전망치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대내적으로는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돼 온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이 가시화되면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며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석규 기자 hiso51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