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 고정vs변동 고민 커져
“시장금리 상승 이어져…고정금리 유리”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최근 기준금리 동결과 더불어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오르자 고정금리(혼합형)와 변동금리 중 고정형 주담대 인기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상황이지만 고금리 상황 속 기준금리는 멈춰 있고 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흐름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연 4.05~6.1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초 연 3.91~6.12%였던 금리 하단이 0.14%p, 상단이 0.03%p 상승한 것이다.
고정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91~6.0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초 연 3.88~5.67%였던 금리 하단이 0.03p포인트, 상단이 0.35p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반기 들어서도 오름세를 보이자 9월 들어 고정금리형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다시 90%를 넘어섰다. 고정형 상품이 변동형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금리 하락 전망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정형인 특례보금자리론이 많이 팔린 이유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전날까지 신규 취급한 전체 주담대 중 고정형 비중은 단순 평균 91%로 지난달(88%)보다 3%p 뛰었다.
고정형 주담대 비중은 올 4월 91%로 가장 높았으나 이후 두달 연속 하락하며 6월에는 83%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4월 이후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등 추가적인 금리 하락 기대감이 커지면서 변동형 비중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추가 긴축을 검토하면서 금리가 다시 오르자 차주들이 고정형 비중 선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도 낮다. 보통 고정형 상품 금리는 금리 변동 위험 때문에 변동형보다 높다. 은행권이 고정형 금리를 낮게 책정한 건 향후 시장금리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일정 금리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올해 장기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68.5%에서 71%로 높이는 등 고정형 비중을 높이라는 주문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고정형과 변동형의 금리차는 금리 하단을 중심으로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4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4.30%로 고정형(3.91%)보다 0.39%p 높다. 한 달 전(0.28%p)과 두 달 전(0.15%p) 차이보다 격차가 커지고 있다.
고정형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이 늘어난 것도 고정형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4대 은행은 지난 8월에만 2조6213억원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신규 취급했다. 금융당국이 9월 들어 일반형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도 고객들이 당장 금리가 낮은 혼합형(고정형) 상품 선택에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금리부담을 겪으면서 멀리 있는 금리 인하 혜택을 기다리기보다는 눈앞의 낮은 금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 자산관리(PB)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시장금리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美 연준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도 금리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아 금리 인하 혜택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경우 대출 기간 내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변동금리가 큰 만큼 조금 더 이자 절감을 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낮은 고정형 주담대를 일단 선택한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때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 만하다는 조언도 있다.
권순성 하나은행 클럽원한남 PB센터 팀장은 “현재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장려해 은행권에서 고정금리를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일단 혼합형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5년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때 대출을 갈아타면 이자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