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 논의 무산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 논의 무산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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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국회 보고에서 한도 상향 문제 뒤로 미뤄 "사실상 현행 유지"
제2금융권 쏠림·예금보험료 인상 등 우려 속 소비자 편의 제고는 인정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있는 예금자보호한도가 당분한 변함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계기로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론은 맺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과 관련해 향후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논의 시점을 뒤로 미뤘다. 사실상 별도의 논의가 있을 때까지 5000만원의 예금자보호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무위에 보고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에서 "향후 찬·반 논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당장 급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을 이유로 예금을 고객에게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대신 예금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보험금 지급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보호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 2000만원에서 사태 이후 잠시 '전액'으로 늘었다가 이듬해 2000만원으로 회귀했다. 이후 2001년 5000만원으로 증액된 이후 23년째 동결을 지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1인당 GDP가 과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만큼 예금자보호 한도도 1억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업권 기준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한국이 1.3배로 미국의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올 3월 SVB 파산과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등이 발생하며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금융위는 작년 3월부터 예보, 금융업권,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예금보험제도 전반을 논의해왔다.

지난 7월 9일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제도를 당분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우려와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시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은 16~25%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동 자금은 은행 예금의 1% 수준으로 전체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 업권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소형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호한도 상향 시 보호한도 내 예금자 비율은 98.1%에서 99.3%로 1.2%p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실익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위는 보호한도 상향이 예금을 분산 예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6차에 걸친 민관 합동 TF 회의 주요 논의 사항도 공개됐다.

금융업권 관계자들은 TF 회의에서 "현재도 예금자 대부분이 보호되고 있어 한도 상향의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업권 부담은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주로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등에 대한 별도 한도 적용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의 효과를 지켜본 뒤 전체 한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TF 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 등 측면에서 한도 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또한 "최근 미국 사례 등을 보면 한도를 높여도 뱅크런 방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위기 시에는 한도 상향보다는 '전액 보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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