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상장의 벽, 파두 사태 후 상장철회 줄이어
높아진 상장의 벽, 파두 사태 후 상장철회 줄이어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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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만에 5개사 상장철회…거래소 질적 심사 기준 못 넘어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 심사 엄격화, 금감원 정정 요구도 한 몫
심사 지연, 상장 불확실성 증가...“기업 가치 반영 못할까 우려”
한국거래소(KRX).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상장을 포기한 기업이 5곳이나 나왔다. 지난해 ‘파두 사태’의 영향으로 IPO 심사가 깐깐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하이센스바이오 ▲옵토레인 ▲노르마 ▲코루파마 ▲피노바이오 등 총 5개사가 한국거래소로 제출했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철회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상장심사 철회 기업이 6곳인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여 만에 1년치에 버금가는 수의 기업이 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길게는 9개월 가까이 절차를 진행했지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거래소의 질적 심사 기준을 넘지 못했다. 질적 심사는 영업, 재무현황, 경영환경 등에서 기업 계속성 여부를 살피는 것을 일컫는다.

질적 심사 과정에서는 사업을 영위할 기반 기술이 있어도 영업 실적·재무 현황 등에서 기업의 계속성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직접 미승인을 내지는 않았다. 기업이 직접 심사를 철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증권업계에선 질적 검사 불합격 사례가 빈발하는 건 작년 하반기 ‘파두 사태’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두는 당장 실적이 우수하진 않지만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파두는 연간 예상 매출액을 1200억원으로 제시하며 지난해 8월 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직후 공개된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에 그치며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다.

당시 파두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물론, 상장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도 심사 과정서 실적 부진 가능성을 자세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장 출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5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취임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앞으로의 상장심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히면서 “IPO 단계부터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에서는 그가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한 만큼 시장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는 취임사에서 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시장관리를 통한 투자자 신뢰 제고 필요성을 언급하며 ▲기업공개(IPO) 심사 신뢰 회복 ▲공매도 전산화 지원, 불법 공매도 감시 노력 등 제도 개선 ▲불공정거래 확산 대응을 위한 시장감시 조직 확충 등을 꼽았다.

금감원도 엄격한 상장심사에 힘을 보탰다. 한국거래소가 심사를 승인하면 증권신고서 심사가 시작되는데,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단계에서 잇따라 정정을 요구하며 부실 심사를 지적했다.

앞서 국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 1호 상장사를 목표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만 해도 세 차례의 증권신고서 정정 끝에 상장을 포기했다.

피노바이오 CI. 이미지=피노바이오

시장에선 심사 강화에 따른 심사 지연의 부작용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엄격한 심사를 이유로 오랜 시간을 대기하면 그동안 변화한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적항암제 개발 기업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5월 상장심사를 청구했지만, 9개월 간 심사가 지연된 끝에 지난 13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심사 철회 이유로 “작년 5월 예비심사 청구 후 파두 사태 등 대내외 변수로 계속해서 심사가 지연된 데 따른 결정이다”라며 “피노바이오는 거래소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기술성 평가 이후 진척된 당사의 R&D 성과를 적정 밸류로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여파로 주식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대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최적의 시점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적절하다 판단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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