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이름 모를 상장기업, 옥석 가리려면? ②·끝
[이지기획] 이름 모를 상장기업, 옥석 가리려면? ②·끝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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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풍에 IPO 열기...지난달 경쟁률 760:1
청약 열기만 믿고 묻지마 투자하면 손실 볼 수도

대형주일수록 투자 금액 커...하락 시 손실폭 증가
“안정적 수익 위해선 중소형 공모주 투자도 검토”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가격변동에 따른 투자자들의 리스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한 달에도 수십개씩 주식시장에 기업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난달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은 상장 첫날 종가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주가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 당일 주가 상승이 강해질수록 이후 주가 조정도 급격하게 나타나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공모 시장은 투자 열기로 뜨겁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를 대기 중인 잔존 물량은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57개 기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4일 올해 첫 IPO 문을 연 우진엔텍에 이어 현대힘스가 잇달아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이닉스 역시 무난하게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달성했다. 

지난 1월 상장한 기업은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 등 4개 사로 수요예측 경쟁률이 평균 760대 1을 기록했다. 이들 모두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이 가운데 우진엔텍과 현대힘스는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의 4배인 ‘따따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2월 이후에는 ‘대어급’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신규 상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모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IPO 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에이피알은 현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14만7000~20만원,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조5168억원이다. 지난 2일 수요예측 첫날에만 1000곳이 넘는 국내외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도 한국거래소에 예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3월 최종 승인을 받으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 절차를 거쳐 상반기 내엔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LG CNS와 SK에코플랜트 등 기업들도 상장을 준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서울보증보험과 케이뱅크 등 기존에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의 재도전이 전망된다.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당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대어들의 기업가치를 두고 적정성 논란이 빚어질 경우 시장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평가 논란 등으로 대어들이 잇따라 IPO 흥행에 실패하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IPO시장이 언제든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상장을 철회했던 기업 대부분이 시장 예상보다 비싼 가격으로 IPO에 나선 곳들”이라며 “올해도 대어급 공모주들이 밸류에이션을 무리하게 비싸게 받으려고 하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선 중소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어는 상장 첫날 풀리는 유통물량이 많아서 오히려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소형 공모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큰 수익을 내려면 대어 위주로 투자를 해야겠지만 대형주일수록 투자 금액이 커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손실이 크다”며 “기관투자자들도 대어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대형주에 투자할 땐 기업 분석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모주 일반 청약의 열기를 믿고 뒤늦게 뛰어드는 경우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에 상장된 공모주 가운데 적지 않은 종목이 장기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공모가보다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는 생각보단 그 종목에 대한 가치, 성장성 등에 투자자로서 보다 꼼꼼하게 분석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PO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공모주 투자가 일종의 '테마주' 투자처럼 변질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기업 가치가 없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까지도 상장 직후 3배 이상 치솟는 등 투기성 수요가 공모주 투자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진엔텍과 같은 날 상장한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도 공모가(2000원) 3배가 넘는 650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하루 만에 2000원 선으로 내려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빈번한 따따블은 공모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나타나는 현상이기보단 공모주가 테마주처럼 변질돼서다. 상장 첫날, 둘째날 반짝 오를 수 있단 기대감에 투기성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외에서 고금리와 부동산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모 시장이 지나치게 달아오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평가된 공모주가 등장하면 시장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며 “대형 공모주가 블랙홀처럼 자금을 흡수해 시장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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