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기술특례상장, 63%가 공모가 못 넘어
신뢰 잃은 기술특례상장, 63%가 공모가 못 넘어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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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상장사 27곳 중 17곳 주가 공모가 이하 거래
상장 후에도 상당수 적자..."기술개발·상업화 오래 걸려"
거래소, 특례상장 제도 개편...유형 체계화·주관사 책임↑
한국거래소.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파두 사태를 비롯해 기술특례로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술특례 상장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기술특례 상장기업 27곳(스팩 합병 상장사 4곳 제외) 중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보이는 기업은 총 17곳으로, 전체의 6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매출 공백이 발생하며 급락한 파두가 대표적이다. 파두의 시가총액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6거래일 만에 7800억원 가량 증발했다. 현재 파두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42.19% 줄어든 1만7920원이다.

지난 5월4일 상장한 에스바이오메딕스도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현 주가는 7510원으로 공모가(1만8000원) 대비 58.28% 하락했다. 뒤를 이어 시지트로닉스가 1만2070원으로 공모가(2만5000원) 대비 51.72% 그리고 씨유박스, 버넥트 등도 공모가보다 약 50% 낮은 가격에 거래중이다.

2005년부터 운영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최소 재무 요건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코스닥시장에만 있는 제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기준으로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이 90억원 이상이라는 최소 재무 요건을 갖추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파두도 상장 전부터 국내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올해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됐다.

그러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매출액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파두의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98% 감소한 수준이다.

특례상장 기업의 실적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일반상장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성, 매출액 등을 갖춰야 하고 기업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상장할 수 있다. 하지만 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당시 소규모 자본력에 적자를 내거나 매출액이 없어도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시간이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었으며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는 기술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업화되는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경우 비상장 시절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으면서 몸값을 높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장 시에도 공모가가 비싸게 측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은 초기에 운영자금이 필요해 비상장 시절 VC로부터 연속해서 투자를 받는다"며 "상장 시 기존 투자 가치 단가가 100%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결국 파두에 대해 '사기'란 비난까지 나오자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파두가 IPO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할 때 2분기(4~6월) 매출이 사실상 ‘제로’(0)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파두의 도덕적 해이가 사실로 밝혀지면 상장 주관사의 책임도 묻겠다는 입장이다. 파두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파두에 대한 기업 실사를 지난 6월29일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안. 이미지=한국거래소

한편 한국거래소는 주주들의 기술특례 상장기업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섰다. 

거래소는 지난 17일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주식을 되사주는 옵션)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해당 세칙은 향후 이해관계자, 시장 참여자 의견 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먼저 거래소는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다음 주선 시 상장 주관사에게 풋백옵션 부여 의무를 확대 적용하고,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기간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

풋백옵션이란 일반 투자자가 공모 청약을 통해 확보한 주식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이를 다시 사는 제도다. 현재는 성장성 추천을 통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한 해 풋백 옵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유형도 체계화한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개편하는 것이다.

또 딥테크 등 첨단기술분야 기업 중 충분한 시장 평가가 있는 경우 기술평가를 현행 2개에서 1개로 완화 적용한다.

이때 시장 평가는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금융으로부터 최근 5년간 투자유치금액 100억원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이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일정요건을 충족해 기술특례 상장을 할 수 있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딥테크 기업 등에 대한 단수평가 허용, 특례 대상 중소기업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유망한 기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도모할 것”이라며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상장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투자자 보호 제도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발굴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기능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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