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뇌관 CFD의 귀환…주가시장 교란 오명 벗을까?
잠재된 뇌관 CFD의 귀환…주가시장 교란 오명 벗을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9.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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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9월부터 CFD 거래 순차적 재개...증권사 대부분 서비스 예정
반대매매·공시의무 등 규제 구멍 상존, 투자자 보호장치 지속 보완 필요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오늘(9월1일)부터 재개되는 차익결제거래(CFD)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했지만 증권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강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투자상품으로서 CFD의 고위험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언제터질지 모르는 '잠재된 뇌관'같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CFD는 장외파생계약 중 하나로 개인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상품이다. 실제 주식을 빌려 판매하는 공매도와 달리 CFD는 주식 소유 없이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만을 추구한다.

CFD 거래를 통한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보통 CFD의 소유권은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PB)에게 부여돼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하지만 종목 지표에는 외국인 투자자로 잡혀 투자자 분석에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생기는 데 CFD가 일조한 셈이다.

CFD는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주가의 40% 금액만 가지고 종목에 따라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커 전문투자자에 한해 거래가 허용된다. 

CFD 거래 구조도. 이미지=하나금융경영연구소

CFD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인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이 있다. 장중 주가가 급락해 실시간으로 산출한 계좌증거금률이 60%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고객에게 통지나 동의 없이 CFD 상품을 장중 강제 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종목에서 반대매매가 시작되면 해당 종목에 투자한 CFD에서 연쇄적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이는 다른 종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역시 CFD를 거래하는 개인전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해 발생한 반대매매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라덕연 일당이 타깃 종목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도 CFD 계좌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간 모든 CFD 신규거래를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대매매 등 여러 리스크가 있음에도 CFD 거래가 이뤄지는 건 증권사와 고액자산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은 CFD를 통해 주식양도세를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CFD는 보유 주체가 외국 증권사이기에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 선물처럼 만기가 있는 상품도 아니라 장기간 보유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발생하는 공시의무도 면제된다. 실제 투자자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 조작으로 이득을 누리려는 세력의 입장에서도 2.5배에 이르는 CFD의 레버리지 비율은 시세조종을 위한 자금 절약에 도움이 된다.

증권사는 CFD 거래를 통해 고액자산가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일반 주식거래보다 높은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일반 주식거래의 수수료는 무료인 곳도 있는 반면 CFD 거래 수수료는 0.1%~0.7% 수준이다.

9월부터 CFD 거래가 허용되면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해 온 13개 증권사들 중 이미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SK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이 CFD 서비스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4개 증권사가 먼저 다음 달 1일부터 CFD 서비스를 재개한다. 지난 6월 CFD 사업을 철수한 SK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서비스 재개 여부와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0월 중 CFD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지만 준비 과정에서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DB금융투자 등은 CFD 재개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KB증권은 금융당국의 권고안에 따라 CFD 관련 정보 투명성 제고 등 규제 보완에 대해 전산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를 일으킨 8개 종목의 CFD 미수채권 추정 규모. 사진=뉴시스

주식시장의 CFD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CFD 규제를 강화하고 운영 관행도 손봤다. 우선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CFD가 포함한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제에서 누락돼 있었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위는 CFD도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투자인 CFD는 '실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신용융자와의 규제 차익을 해소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선 무분별하게 CFD 판매를 늘릴 수 없다. 현재 신용공여의 경우 자기자본의 100%에 육박할 경우 증권사가 자기자본 규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신용공여 자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데, CFD 비율까지 포함하면 증권사가 이 역시 신용공여처럼 자기자본 내에서만 CFD를 취급해야 한다.

증권사가 CFD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신청을 권유하는 일체의 행위도 금지된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 주식거래수수료와 CFD 거래 수수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CFD 거래를 독려하고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한 과도한 이벤트나 판촉 활동, 개인전문투자자에 대한 과장광고를 하기도 다. 앞으로는 이같은 이벤트나 판촉활동이 금지되는 것이다.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해 오던 CFD 최소 증거금률(40%) 규제도 상시화된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 취급 규모도 포함된다. 오는 11월 말까지는 CFD 규모(증거금 제외)의 50%만 반영, 12월 1일부터 100% 반영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변경되는 제도가 시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의 CFD 관련 건전한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회사별 리스크 관리 실태와 시장동향도 밀착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CFD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공시의무와 반대매매 규제 등의 분야에서 현행 규제만으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보듯이 장기간에 걸쳐 CFD, TRS 거래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수법은 현행 시장감시시스템에서는 탐지하기 어렵다"며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적출하고 조사하려면, AI 및 빅데이터 관련 우수 인재 채용을 늘리고 대규모 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자가 대규모로 지분을 매도할 때 사전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식시장의 연쇄적 하한가를 불러올 반대매매 기준도 아직 뚜렷한 규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는 증권업계에서 자율적인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반대매매 규제 확립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별, 상품별로 다른 CFD 투자 조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강력한 규제의지를 드러낸 만큼 CFD의 부작용이 빈발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연쇄적 하한가 가능성이라는 뇌관은 남아있는 상태다"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보호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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