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늘어나도 금리 '꽁꽁' 얼릴까
정부, 가계부채 늘어나도 금리 '꽁꽁' 얼릴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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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가계부채, 사상 최대 1876조원...주담대가 60% 차지
한은, 오는 30일 금리 동결 가능성↑...대출 수요 자극 우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말에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취지가 의심받고 있다. 

금리 동결로 금융시장에 청신호를 주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지난 1월 이후 7회 연속 동결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금통위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86~6.211%로 이달 1일(연 4.39~ 6.720%) 대비 하단이 0.53% 포인트 떨어져 두 달 만에 3%대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가 연 4.734%에서 4.230%로 하락한 영향이라는 게 시중은행들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이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은행들이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더 하단이 2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2개월여 만에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다시 내려간 것이다.

주담대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가 하락세인 데다 최근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가 더 해지면서다. 하지만 이런 금리 인하는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됐으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주담대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추세가 드러난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필요성 및 서민금융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의 '정책일관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분기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부채 직전 분기보다 14조원 넘게 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금리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17조원 이상 급증한 데다 여행 등으로 인한 카드 사용 규모가 커지면서 전체 가계 빚은 1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다시 썼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2분기 말(1861조3000억원)보다 14조3000억원(0.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1871조1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기준금리가 연 3.50%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주담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내집 마련) 행렬이 이어지면서 가계 빚의 증가세를 이끌었다. 1분기 4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던 주담대는 2분기 14조1000억원 증가했고, 이어 3분기에 17조3000억원 급증했다. 이에 3분기 말 주담대 잔액(1049조1000억원) 역시 종전 기록인 지난 2분기(1031조8100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한은은 지금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어 가계신용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의 효과도 다소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상생금융’과 ‘가계부채 억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실제 가계부채 감축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상생금융안' 시행을 주문했다.

은행권 금리는 이같은 당국의 '압박'이 곧바로 반영된 모양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3.86~6.196%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건 지난 9월말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대출의 대표적 리스크인 금리가 낮아지면 움츠러들어 있던 주담대 수요는 또 자극받을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상식인데 정부가 이를 모르지 않을텐데도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하나도 잡지 못하는 우행(愚行)을 범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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