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40% 교체…한국은행 긴축정책 바뀔까?
금통위원 40% 교체…한국은행 긴축정책 바뀔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05 0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춘섭 전 위원 대통령실로 이임...내년 4월 조윤제·서영경 위원 임기만료
한은, 美 금리인하 주시하며 고금리 장기화 대비..."당분간 긴축정책 지속"
지난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주재 하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위원이 절반 가까이 바뀌면서 내년 통화정책 기조가 급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통위원 7명 중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다 내년 상반기 2명의 추가 교체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색채가 강했던 금통위 기류가 내년 중순부터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전 위원은 4일부터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정식 근무한다. 지난 4월 금통위원을 맡은 박 전 위원은 7개월여 만에 경제수석으로 발탁돼 한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박 전 위원에 이어 조윤제·서영경 위원도 내년 상반기 금통위를 떠난다. 두 위원의 임기는 2024년 4월20일까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임기만료일. 내년 4월20일이면 전체 인원 7명 중 3명이 교체된다. 이미지=정석규 기자

이에 따라 시장에선 내년 중순 이후 금통위원 구도가 급변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매파로 분류되는 금통위원들이 교체되면서 금통위 역학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과 조 위원은 매파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위원은 중도 혹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현 금통위는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지켜보며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 고금리 장기화)'에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이다.

특히 조윤제·서영경 위원이 퇴임하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전원이 현 정부 임명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경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인 현 정부 아래 새로 임명될 금통위원들은 비둘기파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원 교체 시기와 맞물려 글로벌 금리 환경도 바뀌고 있다는 것도 금통위 기류 변화의 또다른 근거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단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스펠만 대학에서 열린 헬렌 게일 총장과 대화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성급하다고 경고하면서도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영역에 잘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과도 긴축과 과소 긴축 사이 리스크에서 현재는 거의 균형에 가깝다"고 밝혔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섞인 시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한은은 여전히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목표(2%) 수렴 시기가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라는 점을 이유로 들며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보면 (고금리 유지 기간이)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매파적 색채가 강했던 금통위원들이 퇴임하고 새로운 위원들이 취임하면 금통위 판도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내년에도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 금통위의 통화정책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 전 위원 후임 금통위원 인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특정 후보가 낙점되거나 내정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장·차관 인사에 밀려 금통위원 공석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통위원 임명과 관련해 시기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는 상태로 2010년 4월 박봉흠 전 위원이 퇴임한 자리에 후임자인 정순원 전 위원이 임명되기까지 무려 728일이 걸리기도 했다. 

박 전 위원은 지난 1일 금통위원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후임 금통위원으로는 핀테크 등 다양한 실물경제 경험이 있는 분이 합류하길 바란다"며 "(금통위가) 비슷한 의견으로 집중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야 사고가 다양화되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여러 의견을 모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춘섭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은 대통령실 신임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사진=뉴시스

한편 공석이 된 박춘섭 전 금통위원의 후임자 인선 절차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주 초부터 대대적인 개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차기 금통위원 인선이 장·차관 인선에 비해 뒷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공석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복수의 후보군에 대한 인사 검증을 물밑에서 진행 중이지만 아직 특정 후보를 낙점하거나 내정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임 금통위원이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춘섭 전 금통위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추천으로 임명된 인사였다. 기재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추천 몫의 금통위원은 퇴임 전 후임자가 추천돼 바로 임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통상의 경우를 벗어난 상황인 셈이다.

최근 대다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공석 해소가 시급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까지 수렴하는지 지켜봐야겠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긴축 정책의 지속 기간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물가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은 내년 말이나 오는 2025년 초반 정도"라고 예상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