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대출 최대폭 증가…신용 위험 '우려'
5대 시중은행, 대출 최대폭 증가…신용 위험 '우려'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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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가계대출 잔액 686조...기업대출 올해만 60조 넘게 증가
"불어나는 대출이 경제위기 뇌관 될 수 있다" 각종 지표서 경고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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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최희우 기자] 5대 은행의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만 60조원 넘게 늘며 1년 가까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역시 당국의 대책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대출 부채가 신용 위험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3159억원으로 9월 756조3310억원보다 7조9849억원 증가했다. 이는 10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이 703조 7268억원으로 집계됐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60조 5891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10월 증가 폭은 8월과 9월에 비해선 줄었지만 올해들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대출잔액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10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37조3492억원으로 9월보다 4조3586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26조9667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3조6265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319조 5560억원으로 전월 대비 4685억원이 늘었다.

기업대출이 느는 이유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어 은행이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또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일부 기업이 시장 불확실성과 금리부담 등으로 자금조달을 회사채가 아닌 은행대출이나 기업어음(CP)으로 변경하는 등 조달여건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모 역시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6조119억원으로 9월 말 682조3294억원 대비 3조6825억원 늘었다. 올해 5월부터 6개월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증가폭은 6개월 중 가장 높았다. 

가계대출 급증을 견인한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0월 말 기준 521조2264억원으로 9월 말 517조8588억원 대비 3조3676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역시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고 대출 금리 역시 일제히 인상했지만 가계대출 수요는 여전히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경기침체로 각종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불어나는 대출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작년 42.3%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 역시 늘고 있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7월 대비 0.06%포인트(p)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3%로 전월 말보다 0.01%p 늘었으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같은 기간 대비 0.06%p 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0.38%를 기록해 전월말 0.36% 보다 0.02%p 증가했다.

지난 6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기업부채, 이연된 부동산PF 부실을 내년 유의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또한 금리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어 적극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면서 주택대출이 증가하고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면서 신용대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자금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대기업대출은 회사채시장 회복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024년은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자본규제 강화와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추진되므로 금융회사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사업구조 혁신에 힘쓰고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투자 수요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 대출을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결국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봄가을철 이사 수요로 가계대출이 연말에 특히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상생금융 방안으로 은행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증가폭이 곧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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