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면세제 폐지로 K-푸드·패션 직격탄
HS코드 혼란…기업·관세사도 “답 없다”
FTZ·관세 엔지니어링 등 생존 전략 모색

미국발 관세 폭탄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스타트업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소액 면세제 폐지와 복잡한 HS코드 체계는 전자상거래와 K-푸드, K-뷰티, K-패션 등 한류 상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세금을 아끼는 ‘세테크’가 곧 경쟁력”이라며 관세 엔지니어링, 자유무역지대(FTZ) 활용 같은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8월 29일부로 미국은 800달러 이하 소액 면세제를 전격 폐지했다. 이로 인해 그간 전자상거래 기반으로 성장해 온 K-푸드, K-뷰티, K-패션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에는 30달러짜리 화장품이나 50달러 수준의 의류에 대한 소액 주문은 세금 없이 통관됐지만, 이제는 건당 수십 달러 관세가 붙는다.
예컨대 알루미늄 캔에 담긴 음료나 헤어스프레이 같은 화장품은 기본 15%에 철강·알루미늄 파생품 50%가 추가 적용된다. 실제로 한 유학생은 10만원어치 화장품을 배송받으면서 8만원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 소규모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관세 체계의 불확실성도 문제다. 같은 자동차 부품이라도 리모컨·후방카메라는 15%, 엔진은 25%, 철강 함유 부품은 50%로 달라진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HS코드 판정에 따라 세율이 천차만별이라 중소기업은 물론 관세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스타트업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려던 한 기업은 관세율을 잘못 계산해 수익이 전혀 남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원가보다 높은 94% 관세가 부과된 탓이다. 업계에서 “혁신 제품이라도 관세 계산을 잘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히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안 된다”며 “관세를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그 대안으로는 ▲미국 자유무역지대(FTZ) 입주 ▲관세 엔지니어링(재질 변경·생산공정 조정) ▲미국산 원재료 활용(관세 공제 혜택) ▲최초 판매가격 기준 신고(관세 절감 효과) 등이 꼽힌다.
예를 들어 김을 미국에 수출할 때 ‘구운 김’은 6% 관세가 붙지만 ‘건조 김’은 면세다. 철강 대신 대체 소재를 쓰거나 미국산 원재료를 20% 이상 포함하면 관세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이런 전략적 설계가 바로 ‘관세 엔지니어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FTZ 입주나 디지털 원산지 추적(Transparency) 시스템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공동 물류창고·제조시설을 통한 집적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들은 현재 미국 통관 절차 강화, FDA 등록·라벨링 의무화 등 행정 부담에도 시달리고 있다. 관세청 조사와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출 리스크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관세 문제는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동 대응 플랫폼을 제공하고, 새로운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남미·중앙아시아 등 신흥 시장은 아직 한국과 FTA가 없어 관세 장벽이 높다. 미국 중심의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CPTPP 가입과 새로운 협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국발 관세 폭탄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가 됐다. ‘세금 절약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제품 개발 못지않게 세테크·컴플라이언스 역량이 중요해졌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관세 소나기’를 버틸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류 산업의 성장세마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