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혼합형 금리 2년 만 6% 돌파, 대출부담 급증 현실화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 창구·모기지 보험 제한, 자금유통 위축
포용금융 기조 속 저신용자 금리인하…중신용자 역차별 논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년 만에 6%대를 돌파하며 대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에서 동결 중이지만, 실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 기조가 맞물리면서 신용점수가 높은 대출자가 오히려 낮은 대출자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코픽스 2개월 연속 상승, 주담대 금리 6%대 돌파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57%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9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주요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예·적금이나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의 금리 수준을 반영한다. 코픽스가 상승한다는 것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바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날 발표된 코픽스를 반영해 18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연 3.88~5.28%에서 3.93~5.33%로 0.05%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도 연 3.77~4.97%에서 3.82~5.02%로 조정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역시 같은 폭으로 인상됐다.
더 주목할 것은 혼합형 금리의 급등이다. 지난 14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93~6.06%로 집계됐다. 혼합형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두 달여 전인 지난 8월 말과 비교하면 상단은 0.514%포인트, 하단은 0.470%포인트나 상승했다. 혼합형 상품은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로, 국내에서는 5년 고정 후 변동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대출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시장금리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8월 말 2.836%에서 지난 14일 3.399%로 0.563%포인트나 급등했다. 시장금리는 이미 석 달 전부터 오름세로 전환됐지만, 이달 들어 급등세가 가속화됐다. 국고채 금리 역시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에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금리 급등을 촉발한 계기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리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까지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이 시장을 긴장시켰다. 현재 한은이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 전환은 곧 금리 동결이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 발언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를 대거 매도하며 금리가 급등했고, 주식시장에서도 2조4000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이 1470원에 육박하는 높은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기대감을 낮춰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혼란 속에서 대출 시장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2.5%로 동결돼 있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5~6%대까지 치솟으며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잇따라 닫고 있다.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연말까지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한 영업점 대면 신청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10월에는 대출 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규 접수와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을 제한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11월부터 모든 영업점의 주담대 등 가계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했으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연말까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대출 규제 강화는 금융당국이 집값 안정화를 위해 올 하반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총량 계획을 지키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3일 기준 610조6764억원으로, 전월 대비 293억원 증가에 그쳤다.
대출 창구 축소는 모기지 보험 가입 제한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영업점을 통한 모기지신용보험·보증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 모기지 보험은 주담대 신청 시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 없이는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사실상 대출 한도가 감소하는 효과를 낳는다. 서울 지역은 5500만원, 경기 지역은 4800만원의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6월부터, 신한은행은 8월부터,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했다.
◆ ‘금리 역전’ 현상에 성실 차주 역차별 논란 가중
이 가운데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금리 역전 현상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난 9월 신규 가계대출 금리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의 평균 금리가 600점대 초반 대출자보다 낮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의 금리는 평균 연 7.72%로, 600점 이하 대출자의 연 7.49%보다 0.23%포인트 높았다. NH농협은행도 601~650점 구간이 연 6.19%로 600점 이하의 5.98%보다 높았고, IBK기업은행은 그 차이가 0.40%포인트에 달했다. 하나은행에서는 701~750점(연 4.36%) 대출자 금리가 751~800점(연 4.41%)보다 낮은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대출금리 산정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은행들이 최저 신용점수 구간에 오히려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600점 이하 대출자에게 평균 5.13%의 가산금리를 적용한 반면, 601~650점 대출자에게는 5.53%를 부과했다. 우대금리 역시 NH농협은행의 경우 600점 이하에게는 1.32%를 적용했지만 601~650점에게는 0.98%만 제공했다.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너무 높으며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현 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18일 금융지주사를 소집해 포용금융 실천계획을 점검했으며,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약 70조원을 포용금융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맞춰 저신용자 지원 상품의 금리를 대폭 낮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새희망홀씨II 대출 금리를 연 10.5%에서 9.5%로 인하했고,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장기분할 전환 상품의 금리도 13%에서 9.5%까지 낮췄다. 신한은행도 새희망홀씨 대출 우대금리를 1%포인트에서 1.8%포인트로 확대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일반 신용대출 취급이 어려워지면서 정책금융 상품 영업이 늘어난 것도 금리 역전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한 비판도 크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중신용 구간 차주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용점수 630점 안팎의 마지노선에 있는 차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신용점수를 더 낮춰서 500점대로 떨어지면 더 싼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도덕적 해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통계가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500점대 저신용자들이 주로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600점대 차주들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인위적 금리 조정에는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많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금융사가 연체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발생한 부담이 결국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금리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원 대상과 선정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용점수만이 아니라 소득 수준을 함께 반영해 소득은 낮지만 성실히 신용을 관리해온 차주들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대출 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이 11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연말이 다가올수록 은행들의 대출 창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