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공간’ 된 아트박스의 가파른 성장세…매출 및 점포 수 모두 증가
올리브영부터 피부과까지…한국인의 ‘찐’ 일상 체험하는 ‘로컬소비’ 확산
핫플레이스 성공 공식…‘K-콘텐츠 스토리텔링’에 ‘체험형 오프라인’ 결합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5 올리브영 뷰티 페스타, 다이소를 방문한 관광객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아트박스의 K-문구들. 사진=각사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5 올리브영 뷰티 페스타, 다이소를 방문한 관광객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아트박스의 K-문구들. 사진=각사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명품 쇼핑이나 면세점 중심 고가 소비가 주류였다면 최근 MZ세대 글로벌 여행객 사이에서는 ‘한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체험하는 로컬 소비’가 여행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접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고자 로컬 맛집·동네 카페·코덕이 즐겨 찾는 뷰티숍 등을 여행 일정의 중심에 두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 기반 여행’의 확산은 외국인의 한국 쇼핑 루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올다아무(올리브영·다이소·아트박스·무신사)’로 불리는 한국형 일상 소비 코스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 실제로 자주 방문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외국인에게 ‘찐 한국인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대표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심지어 피부과·에스테틱 시술까지 관광 루트로 편입되며 “한국에서 쇼핑하고 피부과까지 받고 간다”는 후기들이 SNS에서 쉽게 발견될 정도다.

외국인의 여행 루트가 한국인의 일상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올리브영의 K-뷰티 브랜드 테스트와 피부톤 분석 ▲무신사 스토어에서 한국식 캐주얼 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로드숍 체험 ▲다이소의 저가형 생활용품을 ‘한국식 생활템’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각 브랜드에서는 여행 일정 중 피부과 시술을 포함해 ‘한국식 뷰티 루틴’을 완성하는 여행 패키지를 구성하기도 한다.

아트박스 내 한국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굿즈 공간(사진 왼쪽)과 아트박스 전경. 사진=아트박스
아트박스 내 한국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굿즈 공간(사진 왼쪽)과 아트박스 전경. 사진=아트박스

이 네 곳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체험형 관광지’로 진화한 곳이 바로 아트박스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올다아무’중 한 곳으로 새로운 관광 동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문구점 이미지를 벗고 ‘K-일상 체험 공간’으로 재편한 전략이 글로벌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트박스 매장을 찾는 외국인은 명동·홍대·성수 등 주요 상권에서 전체 방문객의 70~80%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대만·베트남 등 동남아·동아시아 관광객 사이에서 아트박스는 ‘한국의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며 필수 방문 장소로 지정되고 있다.

아트박스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긴 핵심 요인은 오프라인 매장의 성격을 ‘판매점’에서 ‘체험형 K-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전환한 데 있다. 매장 곳곳에 배치한 ▲캡슐 뽑기 기계 ‘가챠’ ▲즉석 사진인화 기기 ▲포토카드 제작기 등 체험 요소도 관광지화를 가속했다. ‘한국인도 즐기는 일상적 소비 패턴을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브랜딩되면서 관광객의 체류 시간과 객단가 모두 상승했다. 또 외국인 방문객이 모이는 지역에서는 아이돌 앨범 및 K-팝 굿즈 판매가 유력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아트박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상품 종류는 2020년 약 3만5000종에서 올해 4만1000여종으로 늘어났고 이 중 타사 IP 제품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려 큐레이션 폭도 확장했다. 매출은 2022년 1849억원에서 2024년 2479억원으로 약 3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장 수는 119개에서 212개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아트박스 매장이 1주일에 한 개 정도 오픈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빠른 속도로 출점이 이어지고 있다.

아트박스는 올해도 IP 확장과 체험 콘텐츠 강화를 통해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사례는 문구 업계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의 변화를 상징한다. 가격 대비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외국인에게는 ‘얼마나 한국적인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브랜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K-콘텐츠 기반 스토리텔링에 체험형 오프라인을 결합한 브랜드만이 핫플레이스 등극에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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