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성 얻은 조각투자, 제도권 안착 과제는?
증권성 얻은 조각투자, 제도권 안착 과제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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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객관적 가치산정 체계 미비..증권신고서 제출 어려워
증권 성격별로 과세 기준 달라..."입법 통해 형평성 확보해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기업에 힘이 되는 증권형 토큰(STO)'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토큰증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제도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선제적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권 편입을 위해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증권을 아우르는 가치 산정 기준과 과세 제도가 미비해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토큰증권은 실물·금융 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분산원장(Blockchain) 기술을 활용해 특정 플랫폼의 토큰(Token)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이지만 기반을 둔 실물 자산에 대한 지분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토큰증권(Securities Token, ST)이라는 단어가 상용화되기 전 이같은 상품은 '조각투자'라 불리며 새로운 형태의 투자로 주목받았다. 

조각투자 상품은 증권으로 인정받지 못해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일부 조각투자 상품의 한시적 유통을 허용하거나 증권의 성격이 깊은 조각투자 상품 출시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일부 조각투자에 대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본격적인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증권규제 등을 통해 조각투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조각투자상품 자체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 여부 판단 및 뮤직카우에 대한 조치’를 통해 뮤직카우가 발행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같은해 11월에는 한우와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증권성을 인정했다.

토큰증권을 증권 규제 체계에 안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역시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탁업 혁신방안’을 통해 비금전재산 신탁이라도 혁신서비스로 지정되면 신탁업자의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서는 토큰증권을 전자증권법상 전자증권 발행으로 수용하고 발행인 계좌처리기관 신설, 소액공모 확대,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당국이 증권성을 인정히며 조각투자 업체들도 기존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사업재편에 나섰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로부터 증권성이 인정돼 조건부 제재결정을 받은 뮤직카우, 뱅카우 등 조각투자 업체들은 투자자의 권리 및 재산을 사업자의 도산위험과 법적으로 절연,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의 별도 예탁, 합리적인 분쟁처리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마련 등을 포함한 사업구조 개편을 요구받았다.

토큰증권(ST) 발행 개념도. 사진=금융위원회

다만 여전히 토큰증권 형태를 갖춘 ‘투자계약증권 1호’가 시장에 나오진 못하고 있다. 투자대상의 가치 산정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전문위원은 “여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도 투자대상의 가치 산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해외의 경우 미술품 보험이 활성화돼 객관적인 기준이 있음에 비해 국내에서는 관련 사례와 전문인력이 부족해 기초자산평가의 잣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각투자는 다수의 투자자가 관여하고 실물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도 많아 관련 권리체계가 상당히 복잡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밖에 투자자 예치금 보관방법의 구체적인 기준에 관한 논란, 조각투자 업체의 자본금 확보 어려움 등의 문제도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조각투자가 제도화돼 자본시장법상 규제 하에서 이뤄지게 되면 투자자 보호가 제고되고 새로운 투자수단이 활성화 돼 금융회사들의 관련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는 등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투자대상의 가치산정 기준 미비 등에 따른 문제는 조각투자의 대상이 다종다양화되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객관적 가치산정을 위해 감정법인 활용을 허용하는 등 증권신고서 관련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KASA)는 '부동산 조각투자'라는 개념을 만들어 소액 투자로 빌딩 임대 수익을 배당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미지=카사코리아

아울러 토큰증권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먼저 과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토큰증권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 세미나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현행소득세법상 토큰증권은 6종의 증권 또는 집합투자증권으로 분류되고 관련 과세 조항을 적용받는다.

6종 가운데 하나인 ‘투자계약증권’에 속하는 토큰증권의 양도 차익은 현재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이 아니며 오는 2025년 1월1일 이후에는 ‘금융투자소득 과세제도’에 따라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수익증권’에 속하는 토큰증권은 현재 명확한 과세 근거 조항이 없다. 즉 토큰증권이라고 불릴지라도 ‘수익증권’ 인지 ‘투자계약증권’인지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진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토큰증권 간 과세 방식 불합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계약증권인 토큰증권과 수익증권인 토큰증권의 과세방식을 달리하면 손익통산 불가 등의 이유로 분산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토큰화된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의 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입법적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소득세법을 개정해 해당 양도차익을 금융투자소득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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