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없는 코인 거래소, 내년 생존 가능할까
마진 없는 코인 거래소, 내년 생존 가능할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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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레스트·코인빗 등 거래소 서비스 종료
21개 가상자산 거래소 중 10곳은 매출 0원
원화 거래소 전환 어려워...실적 제고 난항
이미지=픽사베이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경영난을 못 견디고 가상자산 거래소 중 폐업 사례가 잇따르면서 코인업계 전반으로 폐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도입에 따라 원화마켓 사업 권한을 얻지 못하면서 서비스 경쟁력을 잃어 2년 여간 거래량이 '0'에 가까운 상태다. 코인마켓 사업자보다는 상황이 낫긴 하지만 원화마켓 사업자들도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이전보다 활기를 찾으면서 국내 거래량은 늘어났지만 거래소들이 수수료 면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셔레스트는 지난 6일 공지를 통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인 입금과 회원가입은 이날부터 즉시 중단됐다. 다음달 22일에는 출금 지원까지 종료된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캐셔레스트는 한때 거래량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VASP 신고제가 도입된 후 사세가 꺾였다.

이전까진 법인 계좌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원화를 입금받는 일명 ‘벌집계좌’ 형태로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었는데, 신고제 도입 후 원화 거래소 요건인 ‘은형 실명확인계좌’를 획득하지 못해 코인 마켓만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다. 

또다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도 지난 17일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코인빗은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4일 오후 5시부터 회원가입과 가상자산 입금 서비스 지원이 종료된다"고 공지했다. 이어 "오는 24일 오후 5시에는 휴면해지신청 서비스가 종료되고 12월29일 오후 1시에는 거래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며 "12월29일 오후 1시에는 출금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밝혔다. 

코인빗은 거래 종료를 공지하면서 "코인빗은 투명한 가상자산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변화되는 정책에 따라 사업을 전환해 증권화 거래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알렸다.

가상자산 거래소 캐셔레스트는 지난 6일 폐업을 공지하고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이미지=캐셔레스트 홈페이지 캡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최근 공개한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0곳은 거래 수수료 매출이 없어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개 가산자산 거래소는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캐셔레스트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줄폐업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영업 종료를 공지한 캐셔레스트와 코인빗은 가상자산 거래소 중에서는 규모가 있는 편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폐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지 못해 원화마켓(원화-코인 간 거래 지원) 운영에 실패한 거래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을 지속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공통적으로 은행과 실명계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원화마켓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을 경영난 타개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공급하는 데 따른 실익이 크지 않아 계약에 소극적인 편이다. 현재까지 은행과 실명계좌 공급 계약을 체결한 거래소는 총 6곳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은행연합회 실명계좌 운영지침이 제정되면서, 해킹·전산 장애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목적의 준비금 3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경영난을 지속해온 코인마켓 사업자 입장에선 쉽지 않은 허들이 또 생긴 셈이다.

사실상 개점휴업 수준으로 버티고 있는 곳들도 내년 9월이면 정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VASP 신고 유효 기간은 3년으로, 내년 9월부터 대다수 업체가 갱신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요건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는 VASP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시장이 살아남에도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경영난 해소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빗썸이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도입하면서 코빗, 고팍스 등 경쟁사들이 수수료 무료 마케팅을 잇따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점유율을 위해 주요 수입원이던 거래 수수료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경영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그동안 모회사의 지원이나 투자 유치를 통해 버텨왔다. 원화거래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은 더 까다로워지면서 비관론이 커졌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VASP 도입 때부터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지만 원화 마켓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로 투자를 유치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원화가 언제 열릴지 모르니까 투자 유치가 어려워져 버티기도 한계에 이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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