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17개월…환헤지 비용 늘었다
한미 금리 역전 17개월…환헤지 비용 늘었다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26 0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환헤지로 수익 누리던 수출업체·서학개미 피해 발생 우려
자본유출로 환율상승 가능..."사업·투자시 환율 리스크 반영해야"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지난해부터 미국의 초긴축적 통화정책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환헤지로 수익을 누리던 경제 주체들의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수출업체는 미래의 상품판매 대금으로 미국 달러화를 수취하고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한다. 기업에서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환율하락, 달러가치 하락 등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자율보다 한국이자율이 더 높은 경제 상황에서는 미래환율이 현재환율보다 높아 '환헤지 수익'이 발생한다.​

반면 현재와 같이 한미 금리차가 역전​돼 있는 현재는 거꾸로 환헤지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도 같은 개념이 적용된다. 

국내 현물환율(S)로 환전해 해외자산을 매입하고 선도환율(F)로 '환헤지(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하면 미래 시점 원달러 환율을 선도환율(F)로 고정해 환율 변동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여기서 선도환율(F)과 현물 환율(S)의 차이인 ‘스왑포인트(=F-S)’만큼 추가 손익이 발생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일명 '서학개미'라 불리는 미국주식 투자자도 환율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헤지 구조와 스왑포인트 개념도. 이미지=자본시장연구원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미 연준에 앞선 지난 2021년 8월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려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약 7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다.

미 연준은 우리보다 늦은 2022년 3월 0.00∼0.25%였던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25∼0.50%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해 7월 미국 기준금리(2.25∼2.50%)가 한국 기준금리(2.25%) 위로 올라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시작됐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에서 한국 기준금리를 차감한 역전폭은 지난해 말 1.25%p에 이어 올해 7월 기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확대된 뒤 유지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기간은 일시적으로 금리차가 없었던 지난해 8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 이후 이달까지 약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 추이 그래프. 이미지=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시기가 계속되거나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한미 기준금리 차이 확대는 우리나라 채권 수요를 약화시켜 시중금리에는 상승 압력으로 주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아울러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업체와 투자자들에게 환헤지 비용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환헤지 비용으로 인한 리스크가 지속·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투자 및 사업 전략에서 주요 리스크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헤지를 필요로 하는 경제주체들은 한미금리 역전이 지속되는 동안 환헤지 비용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고 금리 역전의 장기화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업체들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는 환헤지 비용의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대비하고 정책당국도 이러한 점을 감안헤 중소 수출업체들의 환위험관리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헀다.

장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관성적으로 환헤지를 추구하기보다는 외환(currency)을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인식하고 환헤지 비용과 각 투자자의 상황을 고려한 체계적인 환헤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