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重, 반박에 반박...심화하는 공방전
한화오션·HD현대重, 반박에 반박...심화하는 공방전
  • 최준 기자
  • 승인 2024.03.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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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고발장 중대범죄수사과 배당…정식 수사 착수

한화오션, 현대重 임원 개입 정황...“꼬리 자르기 안돼”
직원 9명 처벌 종결은 너무 불합리 해, 후속조치 필요

HD현대重, 사법부 판결·방사청 심의로 종결된 사안
이번 사건 관련으로 강력한 제재 처분 받고 있는 상황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그룹

[이지경제=최준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반박에 재반박문으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이 이달 4일 HD현대중공업 측 임원 개입 정황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하면서 부터다.

국수본은 최근 한화오션 측이 고발한 사건을 중대범죄수사과에 배당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는 2019년 특수수사과 명칭이 변경된 부서로 공직자 또는 기업 비리 등을 수사하는 조직이다.

현재 중대범죄수사과는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 의혹을 줬다는 혐의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수사중이다.

 

KDDX사업이 뭐길래?…8조원 달하는 대형 국가 방위 산업

KDDX사업은 총 7조8000억원의 대규모 국가 방위 사업이다. 2009년 군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현재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수주만 남아있다.

하지만 차기 수주는 두 기업의 양강구도로 점쳐진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고 수준의 선박 및 함정 설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입찰 경쟁 최대 라이벌로 지목되고 있어 앞으로의 수주 경쟁 역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양 사는 7월 진행된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BatchⅢ) 5·6번함 경쟁에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0.1422점 차이로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 등에서 앞섰지만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1.8점 보안 감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이 5일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탈취 및 누설 사건과 관련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최준 기자
한화오션이 5일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탈취 및 누설 사건과 관련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최준 기자

 

연루 직원 9명 유죄 판결에도 고발장 제출한 한화오션, 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군사기밀 유출 사건 공방의 발단은 10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군 관련 기관을 방문해 해군 기밀자료를 몰래 촬영한 뒤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해당 직원들은 재판에 넘겨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빼돌린 자료는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이달 4일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라며 연루된 직원 9명에게 지시 및 관여한 임원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방위사업청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사안을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임원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방사청은 2018년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부터 보안사고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올해가 돼서 심의위를 개최하는 등 이제야 제척기간 도과로 판단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반박에 재반박, 이어지는 공방

한화오션은 4일 고발장 제출에 이어 5일 설명회를 열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임원 고발 내용과 개입 정황 증거를 공개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같은 날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의 공세에 강하게 대응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또한 설명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의 입장은 다르다.

한화오션은 “사법부에서 임원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다. 임원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판결문만으로도 임원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반론했다.

짜깁기 주장에 대해서는 “군에서 공개한 내용 중 일부 임원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부분을 원본 상태 그대로 제공했다”면서 “애초에 HD현대중공업 측에서 판결문열람 제한신청을 하는 등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HD현중 측이 짜깁기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한다고 주장한다면 한화오션은 기록 전체를 공개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해당 보안사고와 관련해 지속적인 재발방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패널티를 부여받는 등 강력한 제재 처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이번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경쟁에서 1.8점 보안 감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고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5일 설명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구승모 한화오션 사내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다. 국방 사업은 신뢰가 중요한데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방산업계 내 관행에 대한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최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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