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권 쟁탈전 주도권 확보 위해 지분 경쟁 및 법적 공방 지속
영풍, 배임·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려아연 측 경영진 검찰 고발
업계 전문가들 “경영권 방어전략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중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은 지분 경쟁과 법적 공방을 지속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대립해왔으며, 이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분쟁은 단순한 지배권 다툼을 넘어 고려아연의 미래 전략 방향과 경영 구조 개편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는 호주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윤범 회장이 지배권 보전이라는 개인적 이익 달성을 위해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 SMC를 동원하고 회사의 공금을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내는 등 유례없는 위법행위들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주주권과 자본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윤범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사장, 이성채 SMC 법인장, 최주원 SMC CFO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특히 최윤범 회장과 동조자들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시키는 주장을 하기 위해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영풍-고려아연-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집단이 100%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법상 의결권 제한의 외관을 작출하고, 동시에 상호출자 제한 등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탈법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고려아연 측의 입장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SMC 관계자는 “영풍 주식 매입은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는 해외 사업 축소, 구조조정, 분할 매각 등의 기업 가치 훼손을 막고 사업 운영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주식사로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합리적인 재무적·사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반박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 안정성과 주주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정기주주총회와 법적 공방의 결과가 고려아연의 미래 경영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와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기업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강화돼야 하며, 주주 권익 보호와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전략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의 판단이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40일간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지분확보 등 전략적 대응서 법적공방으로 확대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현재 세계 최대의 정제 아연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창립 초기부터 장씨와 최씨 가문이 공동 경영해왔으나, 최근 경영 전략과 비전의 차이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최윤범 회장이 배터리 소재, 수소, 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영풍 측과의 의견 차이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그러던 중 2024년 9월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지분 확보에 나섰다. 양사의 공개매수 발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시초가 됐다. 이들은 경영 효율성 제고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으며, 고려아연과 140일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싸움을 펼쳐왔다.
10월 14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총지분율 38.44%를 달성했다. 기존 경영진과의 지배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으며, 양사는 10월 28일 고려아연 이사회 재구성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청구했다.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에 대응해 12월 3일 고려아연은 2025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결정, 주주명부 폐쇄일을 12월 20일로 설정했다. 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전략적 대응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에 대응해 12월 19일 MBK파트너스는 추가 지분을 매입, 총지분율 40.97%를 확보했다. 이사회 장악 가능성을 한층 높이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수순을 이어간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의 총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들어서면서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이 열리기로 한 1월 23일에 앞서 하루 전날인 1월 22일 호주 손자회사 SMC 카드를 꺼냈다. SMC로 하여금 영풍의 지분 10.3%를 취득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풍→고려아연→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됐다.

◆ “경영 효율성과 주주가치 극대화” vs “독립경영 유지 및 미래성장 추진”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영진 교체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조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을 한층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 측 역시 “고려아연과의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의 연대를 통해 고려아연의 기존 경영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최근 추가적인 지분 매입을 단행하면서 의결권을 강화하는 한편, 이사회 재구성을 위한 주주총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독립 경영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소재, 수소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외부 세력의 개입 없이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것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응해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또 기업 결합 신고 문제 등을 두고 법적 대응을 진행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 회장 측은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성장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