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경영권 갈등, 법적 공방 끝에 합의점 찾아
경영권 분쟁 장기화…주가 하락, 기업 이미지 타격
분쟁 종결 후 경영 안정, 지배구조 개선 과제 남아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 이번 분쟁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돼 법적 공방까지 이어졌으며, 1년 넘게 주주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임종훈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그 자리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오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은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 차남 임종훈 전 대표이사가 송영숙 대표이사,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측과 대립하면서 시작됐다. 쉽게 말해 아버지가 사망한 후 권력 공백을 장남과 차남이 채우느냐, 아니면 어머니와 여동생이 차지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고 임성기 회장은 생전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한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을 이끌어왔다. 사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명확한 방침이 없었던 것이 이번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1년 넘게 이어진 경영권 갈등… 송영숙 대표 등 ‘4자 연합’ 승리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지난해 1월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후 부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삼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측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장남 임종윤과 차남 임종훈 형제는 즉각 한미약품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반기를 들었다.
형제 측은 지난해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지주사 이사회 과반을 장악했고, 그 결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은 무산됐다.
하지만 4월 임종훈 전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송영숙 대표를 해임하고 단독 대표에 오르면서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재점화됐다. 이번에는 형제 편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송영숙 모녀 측과 손을 잡으면서 ‘대주주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사모펀드 라데팡스 파트너스도 합세하며 경영권 쟁탈전의 승기는 송영숙 대표와 임주현 부회장 쪽으로 넘어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보유 지분 일부인 5%를 신동국 회장 등 4인 연합에 매도하면서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 분쟁 종결 후유증…경영 안정, 지배구조 개선 과제 남아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오랜 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3일에 열린 이사회 직후 “송영숙 대표가 그룹 조직을 신속하게 재정비하고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 측의 중심이었던 임종훈 전 대표 역시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창업주 가족의 일원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 갈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가족 간 분쟁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승계 갈등’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창업주 타계 이후 후계 구도를 둘러싼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기업 경영이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향후 한미사이언스는 기업 이미지 회복과 주주 신뢰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종결이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