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바이오·헬스가 성장 견인, 선박·기계도 호조
대중 수출 반등·EU·아세안·중남미 등 주요 지역 고른 증가
정부, 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과…대미수출 관세부담에 감소

2025년 9월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2.7% 증가한 659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수입은 564억 달러로 8.2% 늘었고, 무역수지는 95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2018년 9월 이후 7년만에 최대 흑자 폭을 나타냈다. 3분기 수출액 역시 1850억3000만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새로 썼다.
이번 성과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주력 품목이 일제히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와 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인 166억1000만 달러(22.0%↑)를 수출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수출 회복을 주도했다.
자동차 수출도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동반 성장하고 중고차 수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64억 달러(16.8%↑)를 기록했다. 이는 9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자동차 부품 역시 19억2000만 달러(6.0%↑)로 플러스 전환됐다. 선박(28억9000만 달러·21.9%↑)은 7개월 연속 증가했고, 일반기계(42억 달러·10.3%↑)는 신흥 시장 호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첫 플러스를 기록했다.
석유제품은 가격 상승효과로 41억5000만 달러(3.7%↑)를 기록했으며, 바이오·헬스는 16억8000만 달러(35.8%↑)로 9월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디스플레이(17억5000만 달러·0.9%↑), 섬유(8억7000만 달러·7.1%↑), 가전(6억9000만 달러·12.3%↑)도 수출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석유화학(37억1000만 달러·2.8%↓)과 철강(26억3000만 달러·4.2%↓)은 단가 하락 여파로 부진했다.
품목 다변화도 두드러졌다. 농수산식품과 화장품은 나란히 11억7000만 달러로 전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전기기기도 14억6000만 달러(14.5%↑)로 9월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에서 수출이 늘었다. 중국은 116억8000만 달러(0.5%↑)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아세안은 반도체와 선박 덕분에 110억6000만 달러(17.8%↑)로 9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EU도 자동차·선박·기계 호조에 힘입어 71억6000만 달러(19.3%↑)로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중남미(30억3000만 달러·34.0%↑), 일본(25억6000만 달러·3.2%↑), 중동(18억7000만 달러·17.5%↑), 인도(17억3000만 달러·17.5%↑), CIS(15억2000만 달러·54.3%↑) 모두 수출이 늘었다. 대만은 HBM 반도체 수요 증가로 52억1000만 달러(40.0%↑)를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반면 대미수출은 관세정책 부담으로 1.4% 줄어든 102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품목별로는 자동차(2%↓), 일반기계(2%↓), 철강(15%↓) 등이 감소했으나, 반도체(21%↑)와 바이오·헬스(38%↑)는 증가세를 보였다.
9월 수입은 564억 달러로 늘었지만, 에너지 수입이 8.8% 줄면서 전체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다. 에너지를 제외한 일반 수입은 12.5% 증가해 내수와 생산 활동 회복을 반영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 수출이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주력 품목의 견조한 수요, 아세안·EU·중남미 등으로 확장된 시장 포트폴리오가 앞으로도 수출 회복세를 지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대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추가 대책도 발굴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미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사상 최대 수출을 달성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관세 협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