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엑스 라이브플라자·별마당 도서관서 축제 개막
르루·프루니에·발로나 등 프랑스 대표 브랜드 총출동
말롱고 전속 바리스타, 프렌치 로스트 향 커피 직접 시연

프랑스의 미식과 감성을 한데 모은 축제 ‘푸드 익스피리언스 2025’가 10일 막을 올렸다.
코엑스 라이브플라자와 별마당 도서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주한프랑스대사관 산하 비즈니스프랑스(Business France)와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르빵(Le Pain)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시간의 미식을 잇다’를 주제로 한 축제는 프랑스의 전통과 현대, 장인정신과 지속가능성을 잇는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코엑스 지하 1층 라이브플라자에서는 프랑스 식음료 브랜드들이 현장 시연과 시식을 진행했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프랑스 카페 문화 체험 아틀리에’가 이어졌다.

라이브플라자 현장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식음료 브랜드가 대거 참여했다. 165년 전통의 치커리 커피 ‘르루(Leroux)’는 유럽 내에서 오래된 치커리 가공 브랜드 중 하나다. 커피 대체 음료로 사랑받는 치커리 추출물과 파우더 제품을 선보이며, “전통 제조법과 건강한 대체 카페 문화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루니에(Prunier)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캐비어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도 대표 제품들을 중심으로 프랑스 미식의 정수를 선보였으며, 프루니에가 추구하는 ‘환경과 미식의 균형’이 브랜드 전반의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1934년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출발한 말롱고(Malongo)는 공정무역과 유기농 커피를 가장 일찍 도입한 프랑스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윤리적 소비 확산의 흐름 속에서 ‘윤리적 커피’ 시장을 주도해 왔으며, 현재 수입 원두의 다수가 공정무역 인증(Max Havelaar)과 유기농 인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프로방스 잼 브랜드 ‘레 콩트 드 프로방스(Les Comtes de Provence)’, 수공 초콜릿 ‘르 쇼콜라티에 사블레(Le Chocolatier Sablais)’, 프리미엄 커버춰 초콜릿 ‘발로나(Valrhona)’ 등 다양한 브랜드가 부스를 마련했다. 각 부스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이 이어졌고, 관람객들은 시식과 함께 브랜드 담당자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행사 주관사 르빵(Le Pain)은 ‘르빵 바게트 & 크루아상 챔피언십’ 우승작을 전시하고 팝업 베이커리를 운영했다. 프랑스 크루아상 대회 1위 ‘데 라신 에 듀 빵(Des Racines et du Pain)’이 협력해, 갓 구운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제공했다. 현장에는 버터 향이 가득 퍼졌고, 많은 관람객이 빵을 맛보며 “서울에서 프랑스를 여행하는 기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별마당 도서관에서 진행된 ‘말롱고 커피 아틀리에’였다. 프랑스의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 말롱고(Malongo)가 마련한 이번 세션에는 브랜드의 전속 바리스타이자 트레이너 제레미 위베르(Jeremy Hubert)가 무대에 섰다.
위베르는 강연의 첫머리에서 “커피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말롱고의 핵심 가치는 품질(Quality), 윤리(Ethic), 혁신(Innovation)”이라며, “커피나무에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커피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브랜드 철학을 강조했다.
위베르는 말롱고가 실천 중인 공정무역의 네 가지 원칙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생산자에게 합당한 최소가격 보장 ▲협동조합에 지역사회 발전기금 지원 ▲농약과 GMO를 배제한 환경보전 ▲민주적 협동조합 운영이었다. 말롱고는 이러한 원칙 아래 지난해 약 200만 유로 규모의 발전기금을 전 세계 커피 협동조합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위베르는 “많은 커피 농가가 식수조차 부족한 환경에서 일한다”며 “우리는 커피 거래를 넘어 식수 정화시설·의료 클리닉·교육센터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베르는 말롱고의 사회적 프로젝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UN과 협력해 2018년 미얀마에서 시작한 ‘양귀비 재배지 커피농장 전환 사업’을 언급하며, “농민들이 나무는 심었지만 관리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들에게 재배 기술을 전수했고, 지금은 그 커피가 세계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연에 사용된 원두 또한 콜롬비아의 코카잎 재배지를 커피밭으로 바꾼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프렌치 로스트 방식의 필터 커피 추출을 선보였다. 위베르는 “원두 60g에 물 1리터, 두 번에 걸친 추출, 그리고 프리인퓨전(pre-infusion)을 거치면 향과 밸런스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또 “로스팅은 약 220도에서 16~20분간 진행하며, 향을 결정짓는 예술적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연이 끝난 뒤 별마당 도서관은 은은한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며 프랑스식 카페의 여유를 느꼈다. 한 관람객은 “커피를 단순한 기술로만 봤는데, 오늘은 한 잔의 커피 속에 생산자와 환경이 함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도심 한복판에서 프랑스 카페의 여유와 철학을 동시에 경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은 프랑스 미식이 단순히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윤리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철학 위에서 완성된 문화임을 새롭게 인식했다. 이번 ‘푸드 익스피리언스 2025’는 미식이 더 이상 ‘맛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가치의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 자리였다. 프랑스 미식의 미래는 단순한 풍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철학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