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등 3저 호황 맞물린 ‘세 번째 대세 상승장’ 진입 진단
기업 이익 성장·규제 혁신·IR 활성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 중요
“AI·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편, 정책·시장 공조 땐 코스피 5000 현실”

(사진 왼쪽부터)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사진 왼쪽부터)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11일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한국 증시의 장기 성장 전략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명이 참석해 반도체 초호황, 산업정책, 투자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이익 성장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증시가 50년 역사상 세 번째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며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동원 본부장은 ‘40년 만의 상승장 진입: 2026 주식시장 및 반도체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달러 약세와 반도체 실적 급증이 맞물리며 과거 1985년, 2003년에 이어 2025년이 새로운 강세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를 ‘3저(달러·환율·유가) 호황’의 초입으로 규정하며 유가 약세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60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은 이례적이지만 이는 화학업체 마진 개선과 IT 수요 자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철강 중심 산업 구조가 AI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점도 장기적 유가 약세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을 401조원으로 내다봤다. 이 중 74조원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발생할 전망으로 “코스피 이익 증가분의 70%를 반도체가 책임지는 셈”이라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은 내년까지 초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AI 버블 우려에 대해서는 “1999년 닷컴버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본부장은 “당시 PER이 50배였던 반면, 현재 주요 AI 기업의 PER은 30배 수준이며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하, 미국 정부의 재정 완화 기조를 감안하면 버블보다는 성장의 초입”이라며 “AI는 PC·모바일 혁명처럼 10~15년 장기 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의 리서치센터장들도 각자의 시각에서 코스피 5000시대의 과제를 짚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을 위해선 기업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 확대 두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기업 정책과 국내 설비투자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잠재성장률이 2050년 이전에 0%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이제는 해외 기업 유치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고 국내 투자를 유도할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이런 산업정책이 적기에 추진된다면 코스피 5000 시대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결국 좋은 상품·좋은 마케팅·좋은 서비스의 조합으로 성장한다”며 “여기서의 상품은 다름 아닌 기업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은 R&D와 기술력에서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급속한 기술 혁신에 규제와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기업이 있어도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면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렵다”며 “IR을 단순 홍보가 아닌 기업가치 유통 메커니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나 애플처럼 최고경영자가 직접 투자자와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한국 자본시장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시대 반도체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 기회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 산업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정부가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국내 반도체 및 첨단 제조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산업정책·기업·시장 간 공조가 뒷받침될 때 코스피 5000시대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는 기업 이익 추정치 상향에 기반한 건전한 강세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투자가 급증하며 투자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정 시 충격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반도체 외 산업 전반의 이익 모멘텀을 높이고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모험자본 생태계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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