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째 맞은 ‘디자인코리아’…아시아 대표 디자인 비즈니스 전시회로 자리매김
3개 주제관 ‘언어·사건·사물의 지평’ 통해 3D 텍스트·콘셉트카·AI 패션 등 선봬
세계를 무대로 나아가는 ‘K-디자인’…AI 활용해 만든 새로운 기술이 디자인 미래

코엑스 D홀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5’의 개막식. 사진=이지경제
코엑스 D홀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5’의 개막식. 사진=이지경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디자인 종합 박람회 ‘디자인코리아 2025’가 올해 23회째를 맞이하며 ‘디자인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들’이란 주제로 11월 12일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1999년 산업디자인진흥대회의 좌우명으로 시작된 ‘디자인코리아’는 이제 한국 디자인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여년간 서울을 넘어 중국과 지방 도시로까지 확장하며 산업과 시민을 잇는 ‘디자인 축제’로 진화해왔다. 23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시대 속에서 디자인이 마주한 본질적 변화를 짚어보며 새로운 산업 문화를 상상하는 장으로 꾸려졌다.

행사는 ‘디자인은 기술을 넘어 삶을 그린다’는 슬로건과 함께 1434년 조선시대 앙부일구에서 시작된 한국 디자인의 정신을 기린다. ‘백성을 위한 시간 서비스’였던 앙부일구를 오늘날 ‘국가 최초의 서비스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며 앙부일구의 정신을 이어받아 11월 2일을 ‘디자인의 날’로 선포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언어의 지평’ 부스에서 진행된 박윤형 작가의 작품 설명, ‘사건의 지평’ 부스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물의 지평’ 부스의 ‘트리뷰트’ 전시, 서연이화의 콘셉트카 ‘오아시스’에서 이뤄진 시승. 사진=이지경제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언어의 지평’ 부스에서 진행된 박윤형 작가의 작품 설명, ‘사건의 지평’ 부스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물의 지평’ 부스의 ‘트리뷰트’ 전시, 서연이화의 콘셉트카 ‘오아시스’에서 이뤄진 시승. 사진=이지경제

입구에 들어서면 3가지 섹션으로 나뉜 ‘주제관’을 둘러보며 전시가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 공간 ‘언어의 지평:감각하는 코드’에서는 인공지능의 언어 알고리즘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실험적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AI가 문학 텍스트를 3D로 변환하는 과정을 종이로 구현한 조형물 등은 ‘코드가 곧 언어가 되고 언어가 곧 형태가 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관람객들은 스크린에 비친 텍스트의 입체적 변환 과정을 따라가며 언어의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 ‘사건의 지평:다시 쓰는 서사’에서는 ▲삼성전자 ▲현대디자인센터 ▲LG전자 ▲서연이화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미래 디자인 전략이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펼쳐나간다’는 콘셉트로 52mm 디스플레이 ‘Spatial signage’를 공개했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 서면 얇은 패널임에도 깊이감 있는 공간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며 ‘화면’이 아닌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서연이화는 자동차 내외적 부품 분야에서 쌓앙온 기술력과 디자인 노하우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콘셉트카 ‘오아시스’는 사막 모래 언덕에서 영감을 얻어 유려한 곡선과 자연의 미학을 느낄 수 있으며 매트 소재와 차분한 컬러로 고급스러움을 제시했다.

마지막 섹션인 ‘사물의 지평:관계 맺는 사물’ 공간에서는 기술과 물성이 만나는 다양한 협업 결과물이 전시됐다. 크로아티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패션 브랜드 ‘트리뷰트’는 고객이 남긴 조문을 AI로 해석해 패션 디자인으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감정 데이터의 물질화’라는 새로운 패션 개념을 제시했다. 누구든 사진을 전송하면 디지털 의상을 착용할 수 있는 합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제품경험디자인랩 ‘헤이테이트’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알프레드’와 AI 반려 로봇 ‘ROOT’ 등을 선보였다.

사진=이지경제
사진=이지경제

이번 전시의 큐레이션을 맡은 안병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는 “AI는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며 우리가 그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질서가 바로 디자인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생성형 AI와 디지털 전환 속에서 디자인은 기술과 인간의 경험을 연결하며 산업의 미래를 시각화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며 “오늘 디자인코리아 2025 행사가 디자인 산업의 식견을 나누고 미래의 디자인 생태계 방향을 함께 세우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역시 디자인 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도약을 위해 입법적 제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다시 한번 디자인 코리아 2025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1970년 산업화와 함께 첫발을 내디딘 한국 디자인은 1990년대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세계를 감동시켰다. 더 나은 삶을 제시하는 앙부일구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 디자인은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미래를 디자인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저작권자 © 이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