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ICT 수출 233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반도체가 전체의 68%
1~10월 누적 2089억 달러, 전년比 8.9%↑…AI 메모리가 ‘게임체인저’
11월도 상승세 지속 전망…240억 달러 돌파 눈앞, 수출 다변화 여부 관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9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한국 수출 구조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수요를 견인하면서, 반도체 중심의 ICT 산업이 수출을 다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3일 발표한 ‘2025년 10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ICT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2% 증가한 23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10월 기준 최대 실적이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수입은 129억6000만 달러(2.9%↓)로 줄면서 무역수지는 10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성과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15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4% 늘었다. 전체 ICT 수출의 68%를 차지하며 산업 전체 흐름을 좌우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109억2000만 달러로 47.7% 급증, AI 서버용 HBM과 DDR5 제품의 단가 상승이 수출 확대를 이끌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글로벌 주문 지연 여파로 7.0%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은 여전히 부진하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16억4000만 달러로 8.8% 감소했고, 휴대폰은 16억1000만 달러로 11.8% 줄었다. OLED 패널 적용 확대에도 글로벌 단가 하락이 이어졌고, 해외 생산기지로의 부품 수출이 줄며 완제품을 상쇄하지 못했다.

다만 컴퓨터·주변기기(11억1000만 달러·1.0%↓)는 AI 서버 수요로 낙폭을 줄였고, 통신장비(1억8000만 달러·2.5%↑)는 베트남·인도 등 신흥국 수요가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만(60%↑), 유럽연합(EU·29%↑), 미국(5.8%↑) 등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했다. 특히 대만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61.5% 급증하며 한국 ICT 수출의 신흥 중심지로 부상했다. EU 역시 AI 반도체 수요와 SSD 확충 덕분에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초부터 지속돼 왔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ICT 수출은 208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수입은 1235억 달러로 5.4% 늘었으며, 무역수지는 853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품목별 누적 실적을 보면 반도체가 1354억 달러(17.7%↑)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디스플레이(10.7%↓), 휴대폰(3.3%↓) 등 전통 주력 품목은 부진했지만, 반도체가 전체 ICT 수출의 65%를 책임지며 ‘AI 특수’를 견인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런 구조적 변화가 단기적 반등이 아닌 ‘AI 중심의 수출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1월 들어 D램 고정 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8~10% 상승했고, 낸드플래시는 5% 내외 상승세를 보였다. AI용 HBM의 단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메모리 산업의 회복세가 확실히 자리 잡는 분위기다.

11월 ICT 수출은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24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이는 2021년 12월(237억 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월간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수출이 연말까지 10%대 중후반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SSD·AI 서버용 장비 수출이 확대되면 11월 ICT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예상된다.

다만 일부 품목은 여전히 약세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기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단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저가 LCD 시장은 구조조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부품 수출도 중국 시장 정체로 회복세가 더디다.

업계는 내년을 기점으로 ICT 산업의 ‘이원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중심의 AI 인프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모바일·디스플레이 등 전통 품목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다. 이에 따라 ICT 산업은 AI·로봇·자율주행 등 신성장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화 전략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ICT 수출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내년 초 ‘ICT 혁신전략 2026’을 통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를 ICT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디스플레이·모바일 등 전통 산업의 체질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