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해체 작업 중 또 사망사고, 산재사고의 그림자 여전
원청과 하청 간 책임 구분 모호, 안전 관리 허점 여실히 드러나
정부·기업, 제도 강화·현장 안전 투자 시급…근본적 해결책 마련

사고 수습 후 현장 브리핑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사고 수습 후 현장 브리핑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인해 근로자가 또다시 사망했다. 반복되는 산업 현장 사고는 단순한 인재가 아닌 구조적 문제와 외주화 관행, 규제 사각지대가 얽힌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제도 개선, 안전 관리 강화 없이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최근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작업 현장에서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며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는 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구조물 일부를 취약화시키는 ‘절단 작업’ 중 발생했으며, 작업자는 즉사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수년간 국내 대형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며, 산업계 전반의 안전 관리 허점과 책임 체계 문제를 드러냈다.

현장에는 HJ중공업이 원청으로, 하청업체 코리아카코 소속 근로자들이 투입돼 있었다. 구조물 해체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 간 책임 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와 울산경찰청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공동 조사에 착수했으며, 산업재해 여부와 계약서상 안전 책임 이행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우연적 재해가 아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외주화가 급격히 확산하며, 위험한 공정은 하청 업체로 떠넘기는 관행이 만연하다. 울산 화력 사고 역시 하청 근로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청이 안전 관리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으면, 하청 근로자는 충분한 안전 교육과 보호 장비를 받기 어렵다”며 “외주화 구조가 근본적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규제 사각지대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화력 타워는 ‘공작물’로 분류돼, 건축물 해체 시 요구되는 안전 계획서 제출이나 허가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로, 안전 관리 제도의 공백이 비극을 낳았다”고 평가한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 Didcot A 발전소나 미국 Willow Island 재해 등에서도 해체 과정에서 구조물 붕괴가 발생했으며, 이들 사례는 모두 철저한 사전 안전 평가와 단계적 해체, 감시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외주화와 책임 불명확이다. 하청에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가 안전 소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규제 허점이다. 공작물 분류로 안전 계획과 감리, 감독 체계가 미흡하다. 셋째, 현장 관리 부실이다. 구조물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안전 점검과 계측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한 다각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법·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해체 작업 시 위험 평가, 단계별 안전 계획서, 계측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작물 해체 역시 건축물 수준의 안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둘째, 외주화 구조 개선이다. 발주사·원청·하청 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원청이 안전 관리 의무를 철저히 수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셋째, 현장 안전 투자다. 위험한 공정에는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센서와 계측 장치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안전 교육, 사고 시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산업계 전반에서 반복되는 현장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기업 문화 변화가 불가피하다. 안전을 경영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사고 발생 시 책임 회피가 아닌 근본적 원인 규명과 개선으로 연결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울산 화력 사고는 이러한 구조적·제도적 개선 없이는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산업시설 해체와 관련한 사전 안전성 평가, 책임 규정, 허가 절차, 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단기적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명 보호와 안전 투자에 나서야 한다.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는 단순 불운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울산 화력 붕괴 사고는 하청 근로자 희생이라는 비극 속에서, 산업 현장의 외주화 관행, 제도 허점, 현장 관리 부실이 결합했을 때 어떤 참사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와 기업, 사회 전체가 이러한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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