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발전사가 협업한 지역상생 모델…지역경제에 ‘바람’ 분다
주민참여펀드 연 100만원 배당…마을소득이 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에너지 전환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복원…‘K-RE 전략’의 돌파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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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전남, 경북 등 풍황이 우수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바람 연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발전사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설계한 주민 참여 펀드를 통해 연평균 약 100만원씩 배당을 받고, 마을에는 연 12억원대의 재생에너지 수익이 지역 소득으로 유입되는 모델을 실증한 것이다.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한 소득 모델로 자리 잡을 이 구조는 한국 에너지 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에서조차 ‘찻잔 속 바람’으로 취급되던 주민 참여형 발전사업이 조용한 반전을 만들어낸 셈이다.

한국의 육상 풍력 발전은 최근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참여를 통한 성공 사례가 탄생하고 있다. 특히 주민 참여 펀드 형태로 설계된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들이 단순한 ‘토지 제공자’를 넘어 투자자 겸 수혜자로 참여해 안정적인 배당을 받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전남의 한 풍력 사업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발전사와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펀드를 구성했다. 이 펀드는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창출해 마을 사람들에게 배당을 돌려주고 있다. 이 펀드의 배당 규모는 마을 주민 120명에게 연평균 약 100만원씩, 전체로는 연 12억원대에 이른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단순히 토지 임대료를 받는 것을 넘어, 발전 설비가 발생시키는 경제적 가치를 함께 공유한다. 마을 곳곳에는 발전 수익으로 조성된 사회 기반 시설, 즉 공원·도로·복지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사업에 대한 지역 수용성도 높아졌다.

이 모델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과 재생에너지 기업의 전략적 설계가 있었단 분석이다. 지자체는 주민 참여 사업에 대해 세제 혜택, 행정 절차 간소화, 펀드 설립 보조 등을 제공했고, 발전사는 지역 참여를 통한 리스크 저감과 안정적인 사회적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이 단순 제공자가 아니라 사업의 이해당사자로 참여할 때, 마을의 반발이나 민원 요소가 줄고 사업이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전사 입장에서도 지역 주민과 자본을 공유하는 구조는 금융 조달과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펀드 설계 단계에서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수익 계산 방식, 배당 비율, 운영비용 등을 주민 참여자에게 명확히 알리면서 신뢰를 구축했다. 투자자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마을 구성원들이 운영 상황을 공유받고, 수익과 비용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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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 펀드가 창출한 가장 크고 직접적인 변화는 지역 소득의 구조적 개선이다. 배당금을 받은 주민들은 이를 생활비, 교육비, 지역 자산 투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역 소비가 늘고, 그 파급 효과는 마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한다.

배당금을 기반으로 마을 내 소상공인이 추가 수요를 경험하거나 마을 청년이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일부 마을은 발전 수익 일부를 공동 펀드에 재투자해 지역 복지 사업에 쓰기도 한다. 그 결과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인구 유출 문제도 일부 해소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발전 설비 유지보수나 단지 운영과 관련된 고용 창출도 있다. 운영 중인 풍력 단지에서 관리, 보수, 시설점검 등의 역할을 맡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 청년 고용과 안정적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 주민 참여·배당 모델은 단순한 사업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전략적 돌파구로 평가된다. 전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자칫 ‘대기업 중심’이 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을 경제 활동 주체로 끌어들이는 구조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정부도 이런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 확대 ▲펀드 설립 절차 간소화 ▲주민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 ▲공공 금융 기관의 리스크 보증 지원 등이 제안된다.

뿐만 아니라 RE100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PPA를 체결할 때, 지역 참여형 발전소를 우선 고려하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이 동시에 창출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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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델이 모든 지역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풍황(바람 세기), 입지(산지·토지 이용 가능성), 토지 소유 구조 등이 맞아야 한다. 또 펀드 설립 시 초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배당 수준이 초기엔 높지만, 유지보수 비용, 장비 교체 비용, 금융비용이 커지면 장기 전망이 불확실할 수 있다.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익 배분 방식, 의사결정 구조, 책임 소재 등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와 발전사, 주민이 협의해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모델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지원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공평성까지 담보하는 전환이어야 한다. 주민 참여 펀드와 배당 모델을 통한 ‘바람 연금’은 바로 그런 전환의 상징이다. 발전사와 주민의 공동 이익을 실현하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 소득을 제공하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구조로 작동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성공 사례를 모델로 삼아, 풍황 우수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 모델이 전국으로 퍼진다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전력 전환이 아니라 지역 자본의 회복과 공동체 재건을 동반한 진정한 ‘지속가능한 혁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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