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키움 종투사 지정으로 기업금융·모험자본 의무투입 구조 가동
금감원 “단기조달 중심의 무늬만 투자는 경계…실질 공급 기능 수행해야”
A등급 이하 회사채 수요 확대 가능성 속 위험자산 투자·유동성 관리 핵심

금융위원회의 자기자본 기준에 따른 신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이후 자본시장 내 자금 흐름이 빠르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로, 키움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난 19일 각각 지정되면서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기반 자금조달이 현실화됐다. 이들 제도는 조달된 자금의 일정 부분을 기업금융·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설계돼 있어 회사채 수요 구조와 모험자본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20일 금융감독원은 관련 사안에 대한 업계 간담회와 현장 점검을 통해 ‘무늬만 모험자본 투자’가 아니라 ‘실질적 공급 기능’을 충실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종투사가 생산적 금융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모험자본 공급 현황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재완 금감원 자본시장 부원장보는 “IMA와 발행어음이 자본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IMA·발행어음 등 단기 조달 중심 유동성 구조의 취약성을 감안해 만기 구조와 자금 흐름 모니터링 등 유동성 관리를 상시 체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 지정된 종투사 제도는 자금 운용 시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대한 의무 편입 비율 등을 명확히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발행어음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 50% 이상, IMA는 70% 이상을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 모험자본 공급 의무 비중도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2026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비중이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자산으로의 편중을 막기 위해 중견기업 및 A등급 채권 투자액은 모험자본 공급의무액의 30%까지만 이행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장치가 마련됐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금융 항목에 부적격등급 회사채·투자적격 등급의 최하위·차하위 등급 회사채가 포함되는 만큼,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모험자본 인정 한도 제한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인정 한도가 생기는 점은 A등급 이하 회사채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며 “모험자본 공급 의무비율과 의무이행 실적을 감안할 때 A등급 회사채 최대 수요는 2026년 3%, 2027년 6%, 2028년 7.5%로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중장기적으로 위험자산 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완충력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IMA로 단기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IMA는 발행어음과 달리 장기 운용 비중이 높고 손실충당금 5% 적립 의무가 부과되므로 단기 손익 기여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단 “은행 예금 대비 높은 잠재 수익률과 자산관리 기능을 결합한 계좌형 상품이므로 자산 증대를 목표로 하는 고객층의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WM 기반 강화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인가 신청을 해둔 상태며 심사가 진행 중으로 추가적인 신규 종투사 지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MA와 발행어음 사업이 확대된 만큼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흐름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