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한국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파워피플 ④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화약·방산 ‘기업’을 화학·건설·에너지 ‘그룹’으로 키워낸 추진력
글로벌 방산·화학기업 도약 발판 ‘삼성과의 빅딜’ 이뤄낸 결단력
태양광·첨단방산·항공우주 등 지속가능한 미래 적극 대비한 혜안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출발해 70여년 동안 화약, 방산, 건설, 금융, 에너지, 항공우주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온 한화그룹. 고 김종희 창업주가 한국전쟁 중 화약 제조를 위해 한국화약을 설립한 이래, 화약을 기반으로 군수산업으로 확장하고 대한유리공업을 인수해 석유화학 사업까지 진출하는 등 과감한 결단력으로 그룹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고 김종희 창업주의 장남으로 현 한화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김승연 회장은 고 김종희 창업주가 1981년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29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앉게 됐다. 그는 아버지의 과감한 결단력을 물려받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화건설을 설립해 건설산업에 발을 들이고, 한화증권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고, 한화호텔&리조트를 만들어 레저사업까지 발을 넓혔다.
젊은 패기와 열정, 도전정신과 발빠른 행동력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한화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1986년 한화그룹으로 기업 명칭을 변경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인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화약에서 따온 한화를 토대로 화약·방산 중심의 국내 기업에서 화학, 금융, 건설, 에너지, 우주항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집단으로의 도약을 견인했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결단력 있는 리더이자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인”으로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을 방산·에너지·항공우주 등으로 키워낸 점에서 뛰어난 사업 감각과 위기 대응 능력을 가진 경영자”라며 “한화그룹을 40년간 이끌면서 한 번도 오너 리스크로 그룹이 흔들린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강한 리더십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 한화그룹의 탄생, 사업 다각화로 성장 기반 구축한 1980년대
1981년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룹은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대한민국 대표 종합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글로벌 비전을 제시,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방산·화학·건설 분야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진했다.
한화그룹의 전신인 한국화약은 1952년 창립 이후 화약과 방위산업 중심의 기업으로 운영됐으나, 김 회장은 1980년대 들어 건설·금융·유통·레저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1년 한화건설을 설립하며 건설·플랜트 사업에 진출했고, 1982년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1986년에는 그룹 명칭을 한화로 변경, 글로벌 종합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는 석유화학·에너지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대한유리공업(현 한화솔루션)을 인수하고,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국화성을 설립하는 등 화학산업 기반을 다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 회장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이후 한화그룹이 방산·태양광·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됐다. 1980년대는 한화그룹이 단순한 화약·방산 기업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1980년대 한화그룹이 탄생하고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데에는 김승연 회장의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리더십이 한몫을 했다. 그는 단순한 화약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한화를 종합산업 그룹으로 변모시키는 데 집중했다. 1980년대 후반 김 회장은 석유화학·에너지 사업이 미래 성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김 회장의 이 결정은 향후 한화그룹이 글로벌 화학·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1980년대 한화그룹의 사업 다각화, 핵심 산업 투자, 글로벌 전략은 모두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 아래 추진됐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로, 한화를 국내 대표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 구조개혁으로 외환위기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1990년대
한화그룹의 1990년대는 해외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시기였다. 김승연 회장은 1980년대 사업 다각화를 바탕으로, 1990년대 들어 화학·방산·건설·금융 분야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은 동남아·중동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방산 부문에서도 해외 수출을 늘리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건설 부문에서는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는 그룹에 큰 도전이었다. 한화그룹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계열사를 정리하고, 핵심 사업인 화학·방산·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인수 등 금융사업 확장을 지속하며 그룹의 안정성을 높였다.
1990년대 한화그룹의 글로벌 확장과 위기 대응 전략은 이후 그룹이 에너지·항공우주·첨단방산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됐다. 이 시기 해외 진출과 위기 극복 경험은 한화가 지속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화그룹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김승연 회장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결단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IMF 외환위기는 국내 대기업들에 큰 타격을 줬고,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겪었다. 김승연 회장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위기 극복에 나섰다.
김 회장은 일부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부채비율을 줄이면서 핵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며, 조직 슬립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이끌었다. 김 회장의 이런 결단력 있는 선제적 조치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화그룹이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재도약하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 위기 극복 후 성장 가속화에 집중한 2000년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화그룹은 2000년대 들어 핵심 사업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김승연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적 판단이 2000년대 한화그룹의 성장 가속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승연 회장은 화학·방산·금융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적극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을 추진하며 성장 가속화에 나섰다. 2002년 한화는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보험·증권·자산운용을 포함한 금융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1998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의 ‘빅딜’은 김승연 회장이 보여준 전략적 결단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IMF 외환위기로 삼성그룹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금융·화학·방산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고,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삼성항공 방산부문(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정밀화학(현 한화솔루션),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김승연 회장의 선견지명과 결단력으로 이뤄진 삼성과의 빅딜은 단순한 M&A를 넘어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화학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방산 및 항공우주 산업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2000년대 중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한화테크윈)를 통해 항공기 엔진 및 방산 분야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 글로벌 에너지·소재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에 이룬 한화그룹의 성장 가속화는 김승연 회장의 결단력, 미래 지향적인 투자, 핵심 산업 집중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IMF 이후 흔들렸던 그룹을 재정비하고, 글로벌 시장 확장과 핵심 사업 강화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리더십 덕분에 한화그룹은 2010년대 이후 태양광·우주항공·첨단 방산 등 미래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미래산업에 대한 도전…2010년대 이후 신산업 전략에 집중
2010년대 이후 한화그룹은 태양광, 항공우주, 첨단 방산, 에너지 등 미래성장 산업으로 본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이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승연 회장의 뛰어난 선구안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큰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이는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기초가 됐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산업의 선도자로 자리잡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지속했다.
김 회장은 태양광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2010년대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한화큐셀을 통해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정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선도했다. 이 투자 전략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탄소배출 규제 등을 미리 내다보고 한발 앞서 준비한 결과다.
그는 또 우주항공산업이 향후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우주 탐사와 인공위성 발사 등 미래형 기술에 대한 투자였다. 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 분야로 개척한 것은 그의 뛰어난 선견지명이 뒷받침된 결정이었다.
방산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방산 사업을 선도했다. AI, 드론, 무인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방위산업 혁신을 이끌었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에서 벗어나 미래형 방위기술 시장을 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행보다.
아울러 김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하려는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시장의 패러다임을 예측하고 한발 앞서 관련 사업을 확장한 점에서 그의 미래지향적인 경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선구적인 투자 결단은 한화그룹이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는 기술 혁신과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화그룹의 성장 전략을 설계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