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정수남 기자] 국내 커피전문점 1위인 스타벅스가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타벅스 출점으로 인근 커피전문점이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산성대로 서울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과 남한산성입구역 사이에 스타벅스남한산성입구역점이 2020년 초 개점했다.
남한산성역에서 2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타벅스남한산성입구역점은 80여석 규모다.
스타벅스 개점 이후 산성대로 700여미터 구간에 있는 9개의 커피전문점 가운데 메가커피를 제외하고 모두 개점 휴업 상태다. 이중 2년 전 남한산성입구역 대합실에 박리다매형으로 개점한 커피전문점은 최근 문을 닫았다.
지난 주망 오후 스타벅스남한산성입구역점은 80여석의 자리가 모두 찼고, 밀려오는 손님이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는 모습이다.
반면, 이디야커피 성남단대점(25석)에는 2명의 고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장전문 카페드렁크 앞에도 2명의 고객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지브릭커피와 카페 409, 커피베이는 직원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 국내 소비자의 똑똑한 소비를 주문하고 있는 이유다. 자영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어서다.
이지경제가 취재 중에 똑똑한 소비를 하는 고객을 만났다. 성남시 금광동에 사는 유 모(38, 전업주부) 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 씨는 집에서 80여미터 떨어진 스타벅스남한산성입구역점 대신 200여미터 떨어진 길 건너 지브릭커피를 이용한다.
유 씨는 “신호를 기다려 12차선 도로를 건너는 불편함이 있지만, 지브릭커피는 단골이라 내 입맛을 기억한다. 주문시 특별한 요청이 없어도 내 입에 맞는 커피를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은행동에 사는 회사원 김진아(52, 여) 씨는 “현재 우리의 커피 입맛은 스타벅스에 길들여져 있다. 스타벅스가 골목상권의 블핵홀”이라며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소비 대신 앞으로는 꼼꼼하게 따지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 비스타벅스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현재 스타벅스가 공공의 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나달 하순 현지 둔촌대로에서 재점한 스타벅스성남모란DT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150여미터 떨어진 이디야커피의 고객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스타벅스성남모란DT점 중 한곳은 둔촌대로변에 2층 규모의 건물을 짓고 지난달 28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드라이브쓰루(차를 탄 채로 주문과 수령) 매장으로 1, 2층에 모두 100여석의 좌석을 구비한 대형 매장이다.
지난 주말 오후 스타벅스성남모란DT점은 100석 가운데 80석 정도에 손님이 든 반면, 40석 규모의 이디야커피 성남동점은 5명의 손님이 4개의 탁자를 차지했다.
세계 커피전문점 1위인 미국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지난해 말 현재 1633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다른 한손에 아이폰을 든 모습이 흔하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아이폰을 사용하면 ‘나는 다르다’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 비스타벅스 관계자의 이구동성이다.
이들 비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관광지나 서울 강남, 여의도 등 초대형 1급 상권에 자리하는 게 맞다. 현재 스타벅스는 골목상권을 초토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