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육성하는 디지털화폐"…한국의 현주소는?
"전세계가 육성하는 디지털화폐"…한국의 현주소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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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 이상 국가 중앙은행서 향후 CBDC 운영 계획
한은, CBDC 네트워크 구축 착수...내년에 활용성 시험 실시
"현재 시스템 안정성을 저해 않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이미지=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도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CBDC 시스템 구축과 각종 활용성 실험에 나서는 등 관련 체제 정비에 힘쓰는 모습이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2021년 10월 나이지리아에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e나이라’를 내놓는 등 이미 11국에서 CBDC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약 100국에서 CBDC를 연구·개발·테스트 중이다. 한국은행도 CBDC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했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BTC) 등의 가상자산과 공통점이 있다. 다만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화폐이므로 화폐로서의 기능과 가치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1만원권과 같은 법정통화의 디지털 형태인 것이다. 중앙은행은 CBDC의 독점적 발권력을 가지고 있고 강제통용력이 보장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각종 코인과 달리 CBDC 실물 화폐처럼 가치 변동도 거의 없다. 발행방식은 정보의 보관과 관리를 중앙은행이 하는 '단일원장방식'과 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거래기록을 관리하는 '분산원장방식'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의 CBDC 도입 계획 통계. 이미지=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CBDC 보고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의 40% 이상이 5년 이내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운영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13일 영란은행 산하 싱크탱크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중앙은행의 약 41%가 2028년까지 CBDC 출시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재작년 응답률 36%에서 5%p 증가한 수준이다.

10년 내 CBDC 발행을 희망한다는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응답기관 30%는 지난 1년 동안 CBDC 발행 의향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CBDC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는지 묻는 질문에서 29개 기관은 CBDC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10개 기관은 발행하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었다고 밝혔다. CBDC 발행 가능성을 배제한 중앙은행 비율은 재작년 35%에서 17%로 절반이 줄었다.

CBDC에 대한 중앙은행의 긍정적인 정서가 강화된 것에 대해 연구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실시한 탐색 작업과 타당성 조사에서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CBDC 도입이라는 전세계적 흐름을 주시하며 각종 테스트를 통해 CBDC 도입 기반을 점검·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8년 은행 내 가상통화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한은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협업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손잡고 작년 12월10월 기관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디지털 통화의 발행·유통을 위한 CBDC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올해에는 4분기 중 국내 유관기관, 금융기관 등과 함께 기관용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CBDC 시스템 네트워크 구성 방안 개념도. 이미지=한국은행

한은은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디지털화폐가 확산 중이라는 점에서 CBDC에 주목했다.

금융기관 간 거래에 CBDC를 이용할 경우 신용 리스크가 줄며 지급 결제 안정성을 높이고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 투자의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작년 12월15일 ‘디지털화폐 :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을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며 “중앙은행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민간과 같이 경쟁하면서 기술적·제도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2년간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범용(retail) CBDC 모의시스템을 구현하고 이를 금융기관의 테스트 시스템과 연계하는 실험까지 실시했다”며 “다른 많은 국가들도 유사한 파일럿을 진행하였지만 한국은행의 파일럿에서는 인터넷 등 통신이 단절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오프라인 CBDC를 개발해서 CBDC에 현금과 같은 익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국제결제은행(BIS)와 협력해 1단계 파일럿에서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2단계 파일럿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내년에는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기반의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추진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작년 11월23일 오전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사회는 한국이 암호화폐 활용 환경 조성에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보다 효율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암호자산 발행자와 발행기관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규율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최근 자금세탁방지법을 개정하고 암호자산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등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암호자산이 거시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는 미래가 오지 않게 하려면 제대로 된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좋은 규칙을 세워 (바람직한) 혁신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입지가 점점 커지는 금융환경에서 거시금융 환경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CBDC 도입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마련될 경우 비은행 등의 참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관한 문제 등도 내년에 해결할 과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디지털 화폐는 토큰증권 등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열리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신뢰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다소 취약하다”며 “기존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정책의 유효성이 낮아지고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완화하는 현재의 금융위기 대응체계도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디지털 화폐가 현재 경제·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며 “정부는 적합한 규율의 틀 안에서 탄력적인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한편 CBDC와 같이 플랫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강구하고 국제기구 간 공조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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