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中企 대상 ‘꺾기’ 기승…IBK기업, 의심사례 12만건 돌파
[이슈 체크] 은행권, 中企 대상 ‘꺾기’ 기승…IBK기업, 의심사례 12만건 돌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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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고질적 영업 악습 ‘구속성 금융’, 이른바 ‘꺾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대출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예금‧보험 등의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은행의 꺾기 대상은 자금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소기업이 타깃이다. 이같은 행태는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기 때문에 은행법상 금지돼 있다.

정치권과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권리 침해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8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출 꺾기(구속성 금융상품) 의심거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국내 1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의 꺾기 의심사례(대출 실행일로부터 31일 이후~60일 이내) 건수는 46만8078건, 21조69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꺾기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30일 이후에 판매되는 상품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 실행 후 한 달이 지난 후 다른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방식의 꺾기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역시 이같은 행위를 ‘편법적 꺾기’ 행위로 지정한 바 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꺾기 의심사례는 2015년 2분기 6만1916건에서 지난해 2분기 6만6954건으로 8.1%(5038건) 늘었다가 올 2분기 4만8495건으로 27.5%(1만8459건) 감소했다. 반면 금액은 2015년 2분기 2조9423억원에서 지난해 2분기 2조3982억원으로 18.5%(5441억원) 줄었다가 올 2분기 2조4517억원(2.2%/ 535억원)으로 다시 반등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은행별 꺾기 현황을 살펴보면 IBK기업은행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총 12만4214건, 5조1000억원 규모의 꺾기 의심거래가 발생했다. 분기당 2만4843건, 1조200억원 꼴이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 2만1902건, 7894억원 △4분기 2만775건, 7610억원 △올해 1분기 1만7011건, 6708억원 △2분기 1만8081건, 9047억원의 꺾기 의심거래를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NH농협은행(1만1495건‧1조9494억원)과 KB국민은행(4만377건‧1조3934억원), 우리은행(2만4791건‧1조1424억원) 등도 같은 기간 1조원 이상의 꺾기 의심거래를 실행했다.

김해영 의원은 “대다수 중소기업이 경기 부진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압박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

금융당국은 꺾기 행위 근절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1개월 이내 거래에 대해서는 원천 금지하고 있지만, 이후 거래에 대해서는 적발할 만한 여건이 갖춰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

꺾기 행위는 기본적으로 대출 실행 이후 기간과 상관없이 대출자가 타의에 의해 금융상품에 가입했다는 사실관계가 증명되면 적발 및 제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꺾기의 주 피해자인 중소기업은 은행과의 거래 관계 지속을 위해 제보나 소명을 하기 어렵다. 제보를 하더라도 꺾기 행위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법률적 싸움을 이어가야 해 대부분 꺼린다.

현행 1개월인 제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심은석 금감원 은행감독국 수석은 “거래 제한 기간을 늘리면 자율적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정상적인 거래마저 막을 수 있다”며 “현재 1개월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종종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꺾기 과태료 부과 상한 조건인 ‘은행이 수취한 금액의 12분의 1’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꺾기 과태료는 평균 38만원에서 440만원으로 10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버는 은행을 상대로 이같은 수준의 과태료는 큰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심 수석은 “꺾기와 다른 위반 행위들을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위중한지를 고려하면, 꺾기 과태료만 마냥 높게 올릴 수는 없다”며 “다른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수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강화를 통해 꺾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꺾기 문제는 은행원의 실적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외부 감시만으로는 근절이 쉽지 않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꺾기 행위를 수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외부기관도 지속적인 감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은 꺾기 의심 사례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일 뿐 꺾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중소기업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주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다른 상품을 가입해 거래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단순히 대출 실행 1개월 후 다른 금융상품을 가입했다고 해서 이를 꺾기 행위로 의심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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