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돈 떼일’ 걱정 없는 보증부 대출 확대…“대출심사 개선, 가계빚 위험 줄여야”
[이지 돋보기] 은행권, ‘돈 떼일’ 걱정 없는 보증부 대출 확대…“대출심사 개선, 가계빚 위험 줄여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2.26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돈 떼일’ 염려가 없는 보증부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부 대출은 부동산 등의 물적 담보물 대신 신용‧공적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대출자가 상환하지 않더라도 보증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대신 회수할 수 있다. 보증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이는 이자에 얹어 대출자에게 받으면 된다.

은행으로서는 큰 위험 부담 없이 손쉽게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증에만 기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보증부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이 보유한 보증부 대출 잔액은 226조2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99조3628억원) 대비 13.9% 증가한 규모다.

보증부 대출 잔액은 지난 2016년 3분기 153조8914억원에서 ▲2017년 3분기 174조9561억원(13.7%↑) ▲2018년 3분기 199조3628억원(13.9%↑)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13%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원화 대출 잔액은 2016년 3분기 1117조8351억원에서 ▲2017년 3분기 1145조7256억원(2.5%↑) ▲2018년 3분기 1259조6469억원(9.1%↑) ▲지난해 3분기 1326조9938억원(6.2%↑)으로 늘어났다. 증가율만 따지만 보증부 대출이 두 배 이상 높다.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대출에서 보증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3분기에는 13.8%에 불과했으나 ▲2017년 3분기 15.3% ▲2018년 3분기 15.9% ▲지난해 3분기 17.1% 등으로 증가 추세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보증부 대출 잔액이 41조5606억원으로 가장 많다. 전년 동기(39조2609억원) 대비 5.9%(2조2997억원) 늘어난 규모다.

다음으로는 KB국민은행(41조2866억원)과 신한은행(41조221)이 40조원을 넘으며 뒤를 이었다. 두 은행 각각 전년(35조1358억원, 35조8346억원)보다 17.5%(6조1508억원), 14.5%(5조1875억원)씩 증가했다.

NH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보증부 대출 잔액이 보증대출은 31조434억원에서 38조4707억원으로 23.9%(7조4273억원)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31조660억원에서 33조5263억원으로 7.9% 늘었다. IBK기업은행은 27조222억원에서 30조4187억원으로 12.6%(3조3965억원)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확대

보증부 대출은 주로 가계의 전세자금대출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낀 전세대출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세대출은 물론,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금융상품 역시 이들 기관의 보증을 요구한다.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인 은행 자동차 대출 ‘오토론’도 공공기관의 보증이 큰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전까지 자동차 금융은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됐다. 그러나 은행권이 SGI서울보증의 신용보증을 담보로 오토론 영업을 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에 진출, 사업을 크게 확대한 바 있다.

은행권의 보증 사랑은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기관을 통한 보증부 대출이 상당수 취급된다.

은행권이 보증부 대출을 확대한 것은 위험도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건전성 관리에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을 많이 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하락한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의 보증을 받는 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일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 리스크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보증 요구 대출 관행은 은행과 대출자는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돈 떼일 위험이 낮으니 금융기관은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고, 무분별한 자금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가계빚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보증부 가계대출이 대출 및 보증요건의 완화 등에 빠른 속도로 늘어나 가계부채 누증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보증 위주의 대출 관행의 문제점을 짚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신용평가모델 구축 등의 사업성 평가역량 강화를 통해 상환능력과 의지를 우선시하는 대출심사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담보나 보증은 신용위험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