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은행권에 들이미는 매스, 그 효용은?
‘성과급 잔치’ 은행권에 들이미는 매스, 그 효용은?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2.21 09: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한 가운데, 지난해 역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한 가운데, 지난해 역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한 가운데, 지난해 또 한 번 역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성과급 지급까지 예정됨에 따라 은행을 향한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이 이달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성과급은 전년 대비 3630억원가량 증가한 총 1조3823억원으로 파악됐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 6706억원 ▲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8억원 ▲하나은행 1639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순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타행 대비 3~4배에 이르는 액수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급여체계가 타행 계수와 차이가 있어 발생한 문제로 풀이된다. 상여금과 성과급 등을 포함한 총급여를 따지면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게 농협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1년간 성과급 총액 상승분이 가장 큰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성과급 총액 상승분은 1534억원으로 그 규모가 5개 은행 성과급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2020년 경영성과가 목표 달성에 미달하면서 2021년 성과급이 104억원 수준에 그쳐 발생한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실적발표 시즌마다 어김없이 불거져 나오는 은행을 향한 비판이 이번이라고 새로울 건 없다. 그럼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을 향한 눈총이 올해 유난히 따가운 건 왜일까.

우선 시기상으로 너무 좋지 않다. 1년 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물가·금리 급등이라는 일련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지난해부터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기업들로서는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더해 자금조달비용 상승과 환율 변동성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야 말할 것도 없다. 국내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 금리로 역할 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월만 하더라도 1%대 중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34%까지 치솟았다. 가산금리까지 고려할 경우 1년도 안 되는 사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차주의 부담이 3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은행원이 희망퇴직 시 받는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의 합산 금액이 1인당 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적어도 은행권에서만큼은 ‘희망퇴직자=구조조정 피해자’란 오랜 선입견도 더는 통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도리어 ‘희망퇴직자=신종 복지제도 수혜자’란 말까지 나오면서 희망퇴직이 은행원의 인생 제2막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래 은행권에서는 오히려 희망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은 동종업계 취업 금지 제한도 적용받지 않아 곧바로 다른 금융사로의 취업이 가능해 퇴직으로 인한 불이익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정규직이 아니라도 계약직으로 재입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 계약직은 필수 인력만을 채용하므로 정규직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업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에 거액의 희망퇴직금까지 받으니 가뜩이나 ‘이자 장사’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는 은행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더 예리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서 작심 발언이 쏟아져 나오며 비판의 불씨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14일 황운하 의원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 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 잔치를 벌인 것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은행권 성과급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성토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이 원장은 은행의 거액 성과급 지급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 편중되는 대신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달 13일과 15일, 차례로 개최된 수석비서관회의와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연달아 강조하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1차 회의를 개최해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6개 과제를 검토·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TF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권·학계·법조계·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며 과제별 실무작업반도 함께 운영해 올 상반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은행을 향한 고질적인 비판을 걷어낼 구조적 개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서 작심하고 칼날을 들이대는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행보가 단순한 요식 행위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