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권고 “상장사, 배당액 정한 후 배당수령자 정해도 문제 없어”
금융당국의 권고 “상장사, 배당액 정한 후 배당수령자 정해도 문제 없어”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2.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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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선진국 시장에 부합하려면 ‘배당결정자=배당수령자’ 관행 깨야
금융당국이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같은 날인 결산기 말일로 지정하는 현행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해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정관개정 안내를 실시한다. 사진=언스플래시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같은 날인 결산기 말일로 지정하는 현행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해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정관개정 안내를 실시한다. 이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방안’의 연장으로, 상장사들은 오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표준정관에 맞춰 개정해야만 이듬해부터 개선된 배당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각각 이달 8일과 15일 표준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지금껏 국내 대다수 상장사는 주총에서 배당결정할 주주를 확정하는 의결권기준일과 배당받을 자를 확정하는 배당기준일을 결산기 말일로 동일하게 지정해왔다. 이에 따라 ‘결산기 말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주주=이듬해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배당수령자’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관행에 의한 것일 뿐 법률상 규정된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법 제354조 제1항)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와 ‘배당받을 자’를 분리함으로써 ‘배당결정에 대한 권리’와 ‘배당금 수령에 대한 권리’를 구분하고 있고, 두 권리를 반드시 동일 주주가 행사해야 한다는 규정도, 두 권리의 행사에 대한 기준일(의결권기준일·배당기준일)을 지금처럼 결산기 말일로 일치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다시 말해 주총에서 배당결정할 주주를 확정하고(의결권기준일) → 주총에서 배당액을 결정(주총일)한 뒤 → 그다음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해도(배당기준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재는 결산기 말일에 배당결정할 주주와 배당받을 자가 동시에 확정되고, 이듬해 주총에서 배당액이 결정되는 방식이 당연한 듯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야기된 부작용이다. 배당액이 결정되기 전에 배당받을 주주가 확정된다는 얘기는 거꾸로 말해 투자자가 배당액도 모르고 배당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깜깜이 투자’에 직면한다는 말이다. 이는 투자자로서는 불확실성이란 치명적인 위험에 더해, 수개월 뒤 진행되는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관리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지난해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마켓 접근성 평가에서는 “한국기업들은 배당기준일 이후에 배당액을 공시하는데, 이는 국제기준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배당결의 이후에 배당기준일을 설정하거나, 배당기준일 전에 배당예상액을 공시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배당액 확인 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요 선진국 기준에 부합하도록 배당 절차 개선을 안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배당 절차를 개선할 국내 상장사들은 정관개정을 통해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의결권기준일과 다른 날로 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배당기준일을 특정일로 명시해 규정해야 한다. 단 배당기준일을 의결권기준일과 달리하더라도, 배당결정 이후로 특정해야만 절차 개선 취지에 부합해 투자자들의 ‘깜깜이 투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은 표준정관에서부터 배당기준일과 의결권기준일을 구분하지 않아 이를 따르는 대부분 상장사가 두 일자를 결산기 말일로 동일하게 설정해 왔다”면서 “이번에 개정된 표준정관에 맞춰 정관개정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주총 안건으로 이를 미리 상정하고 통지함으로써 주주들이 해당 사항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정관개정을 추진하는 기업이라도 개선된 배당 절차를 적용하는 건 이듬해부터가 될 것”이라며 “국내 대부분 상장사가 3월 말에 주총을 여는 만큼 금융당국도 그전에 최대한 많은 기업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배당 절차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중간배당에 대해서도 절차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자본시장법 제165조의12)상 상장사는 3·6·9월 말일 당시의 주주들에게 이사회결의를 통해 분기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 이는 앞서 결산배당과 달리, 아예 법적으로 배당기준일을 배당결의일 앞에 설정한 셈이므로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분기배당 기준일을 이사회결의일 이후로 설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후 개선사항을 표준정관에 반영해 기업들이 분기배당 기준일을 이사회에서 자유롭게 정하거나, 정관을 통해 특정일로 명시하게끔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분기배당의 경우 일러도 이듬해부터 적용되는 결산배당과 달리 빠르면 연내에 개선안 적용이 가능하다.

더하여 금감원과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상장사 정관개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안내자료 배표와 설명회 개최 등 교육·홍보를 지속하고 투자자들이 변경된 배당 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통합안내페이지 구축과 정기보고서 서식 보완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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