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상 철회"…곳곳에서 반발
"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상 철회"…곳곳에서 반발
  • 김선주 기자
  • 승인 2023.09.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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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정책 번복으로 신뢰도 떨어졌다"
커피점주 "결국 준비했던 사람만 손해" 토로
일회용 컵 사진.
일회용 컵 사진.

 [이지경제=김선주 기자] 환경부가 전국에서 의무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일회용품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는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했던 것을 다시 되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카페와 제과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 시 보증금 300원을 받는 제도다.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을 다시 돌려준다. 이를 통해 일회용 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돼야 했던 이 제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가맹점주와 여당의 반발에 결국 6개월 미뤄졌다. 시행 지역을 세종과 제주만으로 한정해 1년 정도 추이를 살핀 후 전국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감사원이 환경부에 '법 취지대로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이후 환경부가 아예 법을 바꿔버리겠다고 해 제도의 전국 시행을 사실상 포기하는 모양새다. 

이에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9년 기준 294억개에 이른다.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84억개(종이컵 37억개·합성수지컵 47억개)로 추정되고 있다. 16개 커피 전문 브랜드에서 지난해 사용된 일회용 컵은 7억2702만여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2억개가 늘었다.

전 세계 국가 14%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21년 식당 등에서 의료 목적을 제외한 일회용 컵과 컵 뚜껑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점주들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하고 제도 시행 준비를 마쳤던 점주들은 특히 환경부의 정책 번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점주들은 "11월까지 계도 기간이라는 것 아니었냐", "우리 매장만 열심히 일회용품 안 쓰고, 다른 매장 가보면 일회용품 잘들 써서 자괴감이 드는 중이었다", "쓰는 곳도 안 쓰는 곳도 있어 이러다 그냥 흐지부지될 줄 알았다", "환경부 정책 보니 다 취소하는 것 같은데 적당히 눈치 보면 되겠다", "미리 머리 싸매고 준비해봤자 내 손해다" 등의 불만스런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환경부의 일회용 컵 정책으로 인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평수를 줄여 일부러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오픈하거나 비싼 커피로봇을 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조금이나마 피해가려고 한 점주들의 황당함은 더 크다.

환경단체 역시 "정책 번복에 따라 환경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정책을 시행했던 제주의 경우는 괜찮은 성과를 냈다. 관광객이 많음에도 제주의 일회용 컵 반환율은 6월까지 30%대에 그쳤지만 7월 50%로 올라섰고 지난달 둘째 주엔 63%로 치솟았다. 제주시가 6월부터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 부과를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선주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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