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은행 횡재세' 선 그은 금감원..."거위 배 가르나"
野 '은행 횡재세' 선 그은 금감원..."거위 배 가르나"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5 0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야당 횡재세 정면 비판
"항구적으로 이익 뺏고 금융 근간 흔들어"
사진은 23일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은행 '횡재세'에 대해 금융당국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금투협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야당을 향해 "금융 몰이해"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 "금융사 근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비판 수위를 한껏 높였다.

현재 국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를 ‘이재명표 정책’으로 삼고 입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기본소득당·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범야권 연대를 결성해 횡재세 입법을 촉구했다. 사실상 당론으로 이 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횡재세는 금융사의 초과 이윤 중 일부를 환수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으로 지난 14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의 형태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김성주·민병덕·양경숙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양정숙·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고물가, 고금리로 우리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길어지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고금리로 벌어들인 초과이윤은 서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우리 국민의 고통으로 이뤄진만큼 다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과 금융당국은 법률로 강제하는 건 이중과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은행 등 금융사들과 협의를 통해 '상생금융'을 추진 중이다.

이날 이 원장은 "거위알 하나라도 주민들과 잘 나누어 쓰는 게 중요한데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사안(횡재세)은 아예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금융에 대해 몰이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횡재세는 적어도 개별 금융사에 대한 사전 고려 없이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금융사의 이익을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금융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에 대해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한 점에 대해서는 "금융사와 국민 모두 함께 살자는 것에 직권남용 운운하는 것은 수긍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금융지주사들과 논의하는 상생 금융은 적어도 금융사 건전성과 적정한 운영이 최소한 담보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고통 분담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현재 각 금융사 사정에 맞게 어떻게 관리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횡재세를 도입하는 법안 협의에 신속하게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과 함께 약 1~2조원가량의 상생금융안을 마련해 취약층에 대해 금융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당정이 추진하는 '상생금융'에 대해 "윤석열 특수부 검찰식 표현으로 하면 이런 것이 직권남용"이라며 "합법적으로 국민의 합의에 기초해 횡재세를 도입하는 법안 협의에 신속하게 나서주시길 바란다. 자릿세를 뜯을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이자이익을 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제 이자이익률이 높은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이자이익이 55조9000억원이지만 이자수익자산 3041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이익률은 1.83%에 불과하다.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며 벌어들인 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뺀 순이자마진(NIM)도 해외 은행과 비교해서 낮다는 설명이다.

KB경영연구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5대 대형은행의 NIM은 2.67%로 국내 5은행의 NIM(1.63%)보다 1%p 이상 높았다. 미국 대형은행의 평균 NIM은 3.06%에 달한다. 총자산이익률(ROA)도 미국 은행들의 평균은 1.12%인 반면 국내 은행의 경우 0.52%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은 횡재세가 도입되면 오히려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정 부분의 이자이익을 사회공헌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만큼 은행들이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할 유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재세 법안은 최근 은행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심을 이용하려는 정책"이라며 "코로나19(COVID-19) 기간에 돈을 쓸어 모은 다른 산업군에 대해선 왜 이익을 토해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은행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입법조사처가 올해 3월 발간한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횡재세 도입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구분하는 ‘과세요건’이다.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 누진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다. 여기에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시중은행은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리 상승기에도 금융당국의 금리, 수수료 등 규제 강도가 높아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고 사회공헌 비율도 훨씬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