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없는 코인 국감, 제도 정비보다 업계 규탄 집중
증인 없는 코인 국감, 제도 정비보다 업계 규탄 집중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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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증인 채택 전무...제도 한계에도 거래소 자구책 강조
수이 재단, 국감서 제기된 코인 편법 매각 의혹 정면 반박
이미지=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가상자산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가 거래소 규탄보다 가상자산업계 발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버거코인, 수이코인 등 여러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 다뤄졌지만 가상자산업계 발전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정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코인 거래소를 비롯한 업계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살인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폭리 의혹, 가상자산 운용사 붕괴 사태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사고로 이번 국감에서 가상자산업계의 국감이 강도높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사모펀드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른 금융권 이슈로 시선 밖으로 밀려나 있다.

실제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이석우 두나무 대표와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불러나간 것과 달리 올해는 단 한명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감에서 시선 밖에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관련 법안까지 논의에서 멀어지고 있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이 통과된 이후 실제 시장에 적용할 2단계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나 국감에서는 제도 정비에 대한 질의는 실종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투자자 보호 정책 미비를 질타하고 있다. 사진=민병덕 의원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낸 보도자료에서 "가상자산거래소 협의체(DAXA, 닥사) 소속 대형 거래소들이 버거코인 장사로 수수료 수입만 챙기고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DAXA의 자율규제에만 의존해 버거코인에 의한 제2의 테라-루나 사태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버거코인은 해외에서 발행돼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민병덕 의원은 대표적인 버거코인을 수이(SUI)로 특정 삼아 거래소를 비판했다. 수이는 5월 닥사 회원사에 일제히 상장됐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수이는 국내 거래소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거래되는 글로벌 코인이다. 수이는 해외에서도 거래되는 코인이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와 함께 해외 거래소에서도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코인이 하락하는 데에 있어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이(SUI) 코인. 이미지=수이 재단 공식 한글 미디움

한편 수이 재단은 "스테이킹 보상을 포함해 그 어떤 수이 토큰을 판매한 바 없다"며 "수이 재단이 소유한 수이 토큰의 이동은 모두 블록체인 상 공개되며 확인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재단 측은 “투명한 소통의 대표적인 예로 외부 시장 조성자로부터 1억 5700만 수이를 회수한 사실을 발표했으며 해당 물량은 생태계 성장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하거나 폭락한다고 거래에 관여하는 조치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건 투자자다”며 “다수 해외 거래소에도 상장된 코인의 경우 오히려 거래가 제한되면 가격이 변동될 동안 손해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버거코인과 국내 발행 코인인 김치코인을 구별해 급등락을 따지는 것은 실질적 효용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투기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공개(ICO)가 금지돼 있기에 국내 발행 코인도 본사를 해외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버거코인과 김치코인의 구별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코인 급락의 원인이 민 의원의 비판과 달리 버거코인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버거코인의 무분별한 상장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 거래소와 달리 국내 거래소에서만 상장을 막는다고 거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거래량이 많은 대형 버거코인 급락 시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유통량이 가장 많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은 대표적인 버거코인으로 꼽힌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코인이 하락하는데 있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하소연도 하고 있다. 상장 이후 거래소가 이를 인위적으로 판단해 거래를 막을 근거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기에 섣불리 거래를 정지했을 경우 추후 손실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버거코인 급락 책임을 따지는 사이 제도 정비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이 통과됐으나 실제 감독과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절차가 필요하다.

내년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전까지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도권에서 가상자산 업계를 제어할 수단에 관한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만이 국감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미비한 현 상황에 아쉬움을 밝혔을 뿐이다.

지난 17일 국감에 출석한 이 원장은 “1차 입법(가상자산법)에 발행 규제 관련 내용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아 금감원이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시장 공시, 발행, 거래소 통제 등을 포함한 2차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조금 더 논의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날 국정감사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감독·검사 체계 구축’을 목표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국회 부대의견인 ▲가상자산 상장 절차 ▲내부통제 ▲발행량·유통량 기준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발행 유통량 기준을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체계에 대한 윤곽은 ‘국회 부대의견에 따른 규제 사항 검토’ 연구용역의 결과가 나오는 내년 1월쯤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법 제정 직후인 지난 7월 해당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주해 과제를 수행 중이다. 가상자산 규율에 대한 해외사례, 국제기구에서 제기한 규제프레임워크 등을 참고하고, 필요시 가상자산 업계 실태 조사 및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측면에서 규제 필요사항을 발굴해 개선 방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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