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90만 신용사면에 고객 이탈할까 '조바심'
저축은행, 290만 신용사면에 고객 이탈할까 '조바심'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4.01.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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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 2000만원 이하 연체자 290만명 연체기록 삭제
대출 건전성 개선 효과 있지만 성실 납부자 ‘역차별’ 논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고정형 주담대 인기가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전격 결정한 ‘신용 대사면’을 두고 금융권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고객들의 신용점수가 올라가면 은행권으로 우량 차주가 대거 이탈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도입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도 저축은행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반 악화하는 저축은행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신용정보원,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지난 15일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11일 당정 협의에서 결정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 결정에 따른 실제 조치다.

신용사면은 연체자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 정상적 금융활동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차주가 대출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 이력이 남는다. 연체액과 기간에 따라 기록이 남는 기간이 다르지만 100만원 초과 금액을 90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분류된다. 관련 연체 정보는 신용평가사(CB)에 보관돼 금융사와 공유한다.

협약에 따라 2021년 9월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 연체 등을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이르면 3월 초부터 연체 이력 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금지된다. 금융권은 전산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3월 초부터 연체 이력 공유·활용을 제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개인 대출자 기준 약 290만명의 장·단기 연체정보 공유·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출을 연체할 경우 추가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아왔는데 이를 없애주겠다는 뜻이다.

290만명 중 250만명은 이번 신용회복 조치로 신용점수가 평균 39점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15만명이 추가로 관계 법령에 따른 카드 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NICE 기준 645점)를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25만명은 추가로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NICE 기준 863점)를 넘어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명이 넘는다"며 "비정상적 외부 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말 시작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도 저축은행에겐 부담 요소다. 이 서비스는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온라인으로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작년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환대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로 대출을 갈아탄 전체 차주 가운데 2금융권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초 9.3%에서 지난달 22.5%로 높아졌다.

특히 올 초부터는 대환대출 서비스 대상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주담대의 경우 업권 간 이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갈아타더라도 한도가 줄어드는 문제도 완화되고 있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에선 높은 연체율로 인해 위기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2년 말 3.4%에서 지난해 9월 말 6.15%로 치솟았다. 저축은행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량고객이 이탈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면 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부담이 소비자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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