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25 빅트렌드 ‘AI’...미래 경쟁력의 핵심 - ② 건설
건설업계, AI 시대 전환 발맞춰 트렌드 선도…다양한 기술 개발
공사비용 증가·현장인력 부족 문제 해결해 수익성 제고 도움
건설 현장뿐 아니라 주거 시스템에도 AI 기술 적용해 편의성↑

바야흐로 AI 전성시대다. 우리는 이미 AI 시대 속에 살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산업의 혁신이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지경제는 2025년의 빅트렌드로 AI를 선정, AI가 각 산업군에서 어떤 모습으로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주택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서울 주택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국내 건설산업이 새해를 맞아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을 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본격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지연, 환율·금리 등의 경제지표 불확실성 확대 등을 고려하면 건설업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발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AI를 건설현장에 사용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에 접목하는 등 활용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AI 기술은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등을 통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무인 안전 서비스 로봇 ‘스팟’이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사진=현대건설
무인 안전 서비스 로봇 ‘스팟’이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사진=현대건설

◆ 현대건설, 무인 안전 서비스 로봇 통해 현장 안전 관리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건설업계 특성에 맞춰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2022년부터 AI를 갖춘 무인 안전 서비스 로봇 개 ‘스팟‘을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4족 보행 로봇인 스팟은 상부에 다양한 센서와 통신장비 등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수 있다. 이동하기 힘든 계단과 좁은 공간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현대건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데이터 수집 기술을 스팟에 적용했다. 현대건설이 탑재한 데이터 수집 기술은 ▲현장 사진 촬영 및 기록 자동화 ▲영상 및 환경 센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한 3D 형상 데이터 취득 ▲QR코드를 활용한 자재 및 장비 관리 자동화 ▲위험구역 출입 감지 및 경고 송출 등이다.

로봇에 탑재한 기술로 영상과 데이터 등을 공유하며 사무실에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공사 현황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다. 또 작업자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영향을 받지 않아 현장 점검 시 균일한 데이터를 송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공동주택 현장의 공정 및 품질 관리에 하루 최대 2만여 차례 사진 촬영과 비교 및 분석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로봇 운영으로 자동화하면 품질이 균등성이 확보됨은 물론 투입 인력의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작동 중 변수가 발생하면 로봇 관제시스템을 작동해 사무실에서도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DL이앤씨 직원들이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설루션인 ‘디비전’을 통해 시공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 직원들이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설루션인 ‘디비전’을 통해 시공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 DL이앤씨, ‘AI 기반 건축설계 자동화 기술개발 사업‘ 참여

그런가 하면 DL이앤씨는 공사 과정부터 입주민의 실생활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설루션 ‘디비전’을 도입해 공정 현황 관리 효율성을 증대했다. 공사가 완료된 실제 아파트 내부를 360도 VR 플랫폼으로 구현한 국내 최초 VR 입주 서비스 ’디뷰’와 실시간 가상 주택 시각화 설루션인 ‘디버추얼’도 선보였다.

더불어 DL이앤씨는 2023년부터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AI 기반 건축설계 자동화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건축설계 전반에 자동화 및 지능화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5개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 생태계 혁신을 목표로 ▲계획 및 설계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설계 환경 구축 ▲지능형 건축 설계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방안 수립 ▲지능형 설계 적법성 평가 및 건축 행정 서비스 지원 기술 개발 등 중장기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건설 현장 사고 예방을 위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작업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이 시스템은 웨어러블 센서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스템의 개발은 성균관대가 주관하고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동국대 WISE캠퍼스, 엘아이지시스템, 스마트인사이드 AI 등 총 6개 기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됐다. 이 컨소시엄은 최근에는 기술 적용을 위해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 구간 제1공구 건설현장에서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에서 작업자는 6개의 웨어러블 센서를 착용하고, 테스트베드 구역 내에서 중장비 충돌·협착, 작업자 이상행동 패턴, 출퇴근 시 건강 모니터링 등 시나리오에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 시나리오 중 일부는 디지털트윈(가상 시뮬레이션 모형) 환경에서 구현해 작업자의 행동과 위치가 탐지되는 동시에, 고정형 카메라를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AI 모델이 탑재된 AI 안전관리 플랫폼으로 분석해 현장 안전사고 예방 및 사고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은 롯데정보통신과 함께 현장별 위험 요인과 위험성 평가에 관한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 ‘위험성 평가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를 통해 현장별 위험성 평가 수준을 높이고 위험 요인 정밀 분석·예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한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 GS건설, AI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과 원활한 소통 나서

GS건설은 현장 외국인 근로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AI 번역 프로그램인 ‘자이 보이스‘를 개발해 디지털전환(DX)을 통한 안전 품질 강화에 나섰다. 자이 보이스는 아침 조회나 안전교육과 같이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사 전달 시 유용하게 사용된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음성을 인식하고, 중국어 또는 베트남어 등 120여개의 언어로 동시에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다. 

현재 건설현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전과 품질을 위해 원활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GS건설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꼭 필요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향후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않은 현장에서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발할 예정이며, 현재는 텍스트 형태로만 번역되지만 각 언어별 음성 출력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 건설현장 AI 시스템 적용...수익성 제고 전망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건설산업에서의 AI 기술 활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도입은 인력난 등 기존 건설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보수 등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건설 시장은 2024년 39억3000달러에서 2032년 226억8000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재 연구원은 “국내 건설 시장은 2022년 부동산 호황기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시장 악화, 공사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반 설계 SW를 통한 설계 최적화, AI 무인 건설기기 등을 건설산업에 도입해 공사기간 단축, 공사비용 절감, 현장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건설업계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 정 연구원은 “AI가 설계도에 따라 필요 자재를 최적화해 기존 대비 공사비의 5~30%가 절감되고, 공사기간은 5~12% 단축이 가능하다“며 “AI 학습 무인 건설장비의 개발로 현장인력을 대체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인력난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홈닉‘ 메인 화면. 사진=삼성물산
‘홈닉‘ 메인 화면. 사진=삼성물산

◆ AI, 아파트에도 떴다…입주민 편의성 증대

각 건설사들은 AI 기능을 탑재한 주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입주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은 AI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집약된 주거 플랫폼 ‘홈닉 2.0‘을 전국 주거 단지에 도입했고, 현재 약 5만 가구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홈닉의 스마트홈 기능에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인식해 집안 곳곳의 가전과 IoT 기기를 브랜드와 상관없이 홈닉 앱 하나로 자동 제어할 수 있는 매터(Matter) 기술이 더해져 AI 라이프를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에도 AI 기술을 적용한다. 얼굴인식을 통한 세대 및 공동현관 출입, 음성인식 조명 스위치, 입주민의 주차 패턴을 분석해 평소 선호하는 주차구역으로 안내하는 AI 주차장 설루션 등이 대표 기술이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 상용화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 스타트업 모빈과 공동 개발한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로봇배송 서비스를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처음으로 적용하고, D2D(Door to Door, 도어투도어) 로봇 배송 서비스의 공동주택 적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D2D 로봇 배송 서비스는 무선통신 및 관제시스템과 연동할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무인 승하차 기능까지 탑재돼 도로부터 세대 현관까지 전 구간의 완벽한 이동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로봇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무인 자동 콜 기능뿐만 아니라 목적층 취소 상황 발생 시 재호출할 수 있는 기능, 엘리베이터 정원초과 범위 판단 기능 등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능형 기술을 탑재했다.

현대건설은 ‘자율주행 D2D 로봇 배송 서비스’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 적용해 로봇 친화형 주거단지 조성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반포주공 1단지, 한남3구역 등 핵심 재건축 사업지를 모두 수주한 만큼 한남4구역에도 미래 주거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다양한 스마트 기술 서비스를 적용, 입주민에게 차원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계획이다.

GS건설도 지난해 출시한 ‘자이홈’을 통해 입주민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이홈은 전 연령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홈 화면을 카드 스텍 형태의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단지 공지사항, 차량 주차 위치 등 맞춤 정보를 앱 메인 화면에서 바로 보여준다. 또 스마트홈 제어는 손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배치해 빠른 제어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존의 스마트홈 기능을 넘어 AI 기술을 접목해 생활속에서 고객들이 느끼는 경험을 반영해 더욱 편안한 아파트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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