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리도 안전지킴이가 될게요”…‘2023 SH캠프’ 체험記
[르포] “우리도 안전지킴이가 될게요”…‘2023 SH캠프’ 체험記
  • 최준 기자
  • 승인 2023.07.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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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심형 교육...구호자 직관적 행동 향상
실제현장서 100%대응할 수 있는 역량 필요

[이지경제=최준 기자] 세월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이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머리로는 배웠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과도한 긴장과 공포가 일반 구호자의 행동을 멈추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의무교육과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사용법을 익힌다. 특히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군복무와 예비군, 민방위 과정에서 해당 교육을 받고 있다. 

과연 효과는 있을까? 일각에선 의례적인 교육 방식은 실질적인 현장 대응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재난상황과 유사한 현장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응급상황 발생 시 구호자의 직관적인 행동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근 10년은 안전불감증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그렇듯 괜찮겠지”라는 생각 하나가 많은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 개개인의 신속한 판단과 조치능력은 골든타임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재난안전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본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17일 서울 양천구 봉영여자중학교에서 열린 2023 SH(Safe Home)캠프에서 재난안전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봉영여중에서 진행한 2023 SH캠프 행사에서 학생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봉영여중에서 진행한 2023 SH캠프 행사에서 학생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실제 상황과 비슷...현장 대응 제고

SH(서울주택공사)와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봉영여중 2학년 140여명을 비롯해 다양한 재난안전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교육 콘셉트는 방재의 일상화, 통합적 방재교육, 긍정적 방재경험 등 3가지다. 이는 학생들에게 ▲일상 속 상황에 대응하는 방재역량 ▲지역, 세대 등 각계각층을 위한 공동체 훈련 ▲재해체험을 통한 재난안전교육 등의 수용성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교육과정은 오리엔테이션, 서바이벌 섹션(운동장), 협동대피섹션(강당), 응급처치섹션(교실), 상설섹션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띤 것은 운동장에 배치된 연기체험관이었다. 이 부스에서는 유독가스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는 방독면 착용법과 손수건 사용법, 연기가 가득 찬 밀폐공간을 통과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또 운동장 한 편에서 진행된 방수실습 역시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3 SH캠프 행사에서 학생들이 연기로 가득 찬 밀폐공간 통과를 위해 진입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2023 SH캠프 행사에서 학생들이 연기로 가득 찬 밀폐공간 통과를 위해 진입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강당에서는 재난 시 심리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체조와 거동이 불편한 구조자를 위한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한 학생이 구조자 역할을 맡아 주변 도움을 받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훈련이다.

교실에서 이뤄진 응급처치 섹션에서는 출혈 부상자에 대한 최소응급조치 훈련이 진행됐다. 실제 응급상황에서 붕대와 같은 응급키트가 없을 경우를 대비하는 훈련이다. 학생들은 3명씩 한 조를 구성해 다양한 도구를 활용, 창의적인 응급조치 실습을 실행했다.

응급조치 실습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응급상황에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직접 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예상이 가고 실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학교 소화전을 들고 방수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한 학생이 학교 소화전을 들고 방수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현장중심형 교육과정 필요

봉영여중에서 진행된 행사는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현장중심형 운영으로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모든 기관이 이와 같은 교육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수업 일정의 영향, 안전사고, 시설물 관리, 민원발생, 인력문제 등의 이유가 상존해 있어서다.

결국 재난 대응에 대한 교육이지만 각종 이해관계와 교육과정에서의 재해 우려로 현장중심형 안전교육이 지양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프라미스 관계자는 “많은 기관들이 다양한 이유로 현장 교육훈련에 소극적이지만 앞으로도 실제 현장에서 100%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프라미스는 미국, 일본 등 방재선지국의 시민대상 훈련프로그램을 토대로 한국 현실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영여중 교실에서 학생들이 출혈자 응급조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봉영여중 교실에서 학생들이 출혈자 응급조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 기자

 


최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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