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위험하다"…불성실공시라는 무서운 '늪'
"투자자가 위험하다"…불성실공시라는 무서운 '늪'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9.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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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공시법인 1년새 두배 넘게 늘면서 주식시장 불안
잦은 공시불이행·번복 이면에는 경영악화 감추기 '의혹'
연간 벌점 15점 초과시 거래매매 정지…상장폐지까지도
한국거래소.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불투명한 공시로 제재를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불성실공시로 지정된 이후 해당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공시에 취약한 코스닥 뿐 아니라 코스피 종목들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법인이 투자 판단에 필요한 기업의 정보를 뒤늦게 공시하거나 이미 공시한 내용을 번복해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 제재를 위해 불성실공시법인을 지정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 28곳, 코스닥 54곳 등 총 82곳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전년 동기 불성실공시법인지정 건수가 39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간을 넓혀보면 코스닥 시장의 증가세가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이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54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20년 83개 ▲2021년 69개 ▲2022년 36개로 점차 완화되는 듯 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법인별 공시불이행법인 지정사유표. 이미지=한국거래소

불성실공시법인을 대상으로 한 거래소의 제재 수위도 높았다. 제재 기업 중 한미약품과 카나리아바이오는 제재금이 각각 1600만원과 1400만원에 달했고 케어젠의 경우 최근 1년래 불성실공시법인 3회나 지정돼 누적 벌점이 7점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 사유를 보면 공시불이행과 공시번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급증에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돈줄이 마르면서 유동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경영상태가 악화된 기업들이 작년 대비 더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해당 기업들이 공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코스피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거래소가 지난 5월17일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자 투자자들의 반발 전화가 쏟아졌다.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기업설명(IR) 담당 이사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매각 방법으로는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공시 외 방식으로 특정 매체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했다면 공시 의무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2주 만에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시했지만 거래소는 공시불이행을 사유로 벌점 8.5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 8500만원을 부과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공시 위반 내용의 경중과 공시지연 기간 등을 고려해 벌점이나 재제금이 부과된다.

또 공시 지정된지 1년 간 누적 벌점이 15넘이 넘게 되면 거래매매가 정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이 경우 주가하락은 물론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공시는 기업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제공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며 “공시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 공시를 믿고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렸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로 가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증시 전반적으로 대중 잡기가 너무 어려운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섹터 로테이션도 극심하고 같은 테마 안에서도 종목별 차별화와 장중 변동성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다"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이력이 있거나 공시 검증이 어려운 종목에 대한 투자는 되도록 지양하고 변동성이 낮은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이 자본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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