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생활물가지수, 외환위기 후 최대 상승
근원물가 4.1%↑…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
12월 물가 5.0%↑…5개월 연속 5%대 지속
[이지경제=김진이 기자]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5% 넘게 오르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아 8개월째 5% 이상 웃돌았다.
3일 통계청의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작년보다 5.1%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4.7%) 시절보다도 상승 폭이 컸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4.0%를 찍은 후 2012년 2.2%, 2013년과 2014년 각각 1.3%를 기록하더니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덮쳤던 2015년(0.7%) 이후 3년 연속 1%대를 유지했다.
2019년(0.4%)과 2020년(0.5%)에는 1965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지난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0%)를 넘어선 2.5%까지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올해는 연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데다가 전기·가스·수도요금마저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공업제품이 6.9% 올랐다.
석유류가 22.2% 올랐다. 이는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공식품은 7.8%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3.8%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전기·가스·수도는 12.6% 상승해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4%로 1996년(7.6%)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1%였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6%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144개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랐다. 이는 1998년(11.1%) 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보다 5.4%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6.0% 올랐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5개월 연속 5%대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더니 3월(4.1%), 4월(4.8%) 4%대에 이어 5월(5.4%)에는 5%대로 올라섰다.
6월(6.0%)과 7월(6.3%) 6%대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둔화했다가 10월(5.7%) 다시 확대됐다. 11월(5.0%)에는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지만, 이달에는 전월과 같은 흐름을 유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의 오름세가 확대됐지만, 외식 중심의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진이 기자 news@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