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목 잡나?
HD현대重, 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목 잡나?
  • 양성모 기자
  • 승인 2023.04.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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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함정 독과점’ 문제 제기
사진=각 사 제공(왼쪽부터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사진=각 사 제공(왼쪽부터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이지경제=양성모 기자]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지막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거제시는 공정위에 승인을 촉구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해군 최신식 호위함 5,6번 수주를 위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공정위에 ‘함정 독과점’ 문제를 제기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늦추려고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지법에 판결문 공개 제한 신청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소속 직원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9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작년 11월 울산지방법원(1심)으로부터 전원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중 8명은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특수선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2020년 2월 검찰에 송치됐지만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8월 총 7조원 규모에 달하는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0.056점 차이로 떨어진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설계도를 훔쳐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따냈다는 것인데 법원측은 HD현대중공업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KDDX 기본설계 입찰에 활용했는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판결문을 확보해 KDDX 사업과 HD현대중공업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 인수 작업 방해 의혹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2월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자마자 작년 12월29일 그리고 올 2월6일, 3월10일, 3월24일 네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사이에 나오는 굵직한 함정 발주를 앞두고 펼쳐지는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라고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그룹 내 방산 계열사들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기술 정보도 차별적으로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 관계자들은 방산의 특수성을 안다면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체계나 전투체계, 소나체계 등 함정 부품이 민간기업이 아닌 방위사업청에 관급(방사청에 직접 납품)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가격이나 거래 조건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도급계약의 경우에도 부품 업체가 민간기업에 차별적으로 견적을 제공하는 경우 입찰 평가 시 방사청에서 인지하기 때문에 가격 차별은 실제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 기술, 가격 등이 강력히 관리되는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경쟁사가 제시한 저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업결함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돼 정상화 궤도에 오르게 되면 수주전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사이에 대형 함정사업 발주가 몰려 있어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한화 인수가 늦어질수록 입찰에서 유리한 만큼 가능한 한 인수를 늦추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지연시켜 경쟁력 저하 의도
한화는 당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특수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올해 1분기 내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곧바로 대형 크레인 도입과 도크 보수, 각종 의장작업을 위한 샵 증축 등 특수선 건조시설을 현대화할 예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까지만 다양한 대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 시장의 강자였다. 하지만 잇따른 매각 실패와 경영 악화 장기화로 특수선(방산)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었다. 일부 투자도 상선 분야 중심으로 이뤄졌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수주를 둘러싼 이같은 문제 제기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맞고 있다. 올 5월 발주 예정인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올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수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각 분야별 경쟁 업체들이 존재하고 이를 원가검증을 거쳐 정부 통제 하에 도입하기 때문에 그룹 내 계열사끼리 기술 정보 공유나 가격 할인 등의 특혜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함정 자체나 함정 탑재 장비에 대한 원천 기술은 국가 소유고 입찰을 위해 필요한 자료는 입찰공고나 설명회 등을 통해 모든 입찰 참여자에게 제공된다”며 “부품 업체가 특정 조선소에만 기술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관련법상 방산기밀정보 유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함정사업은 해군과 방위사업청 통합사업관리팀(IPT)에 의해 배 건조와 전투체계, 소나체계, 무기체계 등을 따로 분리해 발주하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경쟁 제한 문제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성모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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