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다른 주주환원정책…"주가 저평가 원인" 지적
겉과 속 다른 주주환원정책…"주가 저평가 원인" 지적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9.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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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자산운용 주최 세미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논의
“韓 주주환원율 일본 4분의 1 수준…주주행동주의 강화돼야”
금감원장 "한국기업 PBR 낮은 건 주주친화정책 관련 이슈"
KCGI자산운용이 지난 12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내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KCGI자산운용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국내 상장기업 주주환원율이 미국, 대만, 일본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그간 지적받아 온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업계에서는 미흡한 주주환원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주가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 하에 재평가(Re-rating)를 위한 주주행동주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센터(IFC)에서 KCGI자산운용이 '기관투자가의 주주 제안 활동이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회장은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26.7%로 미국 S&P 시장의 3분의 1, 일본 닛케이225 시장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산운용사 등의 적극적인 주주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주환원율은 순이익 중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되는 자사주매입과 주당배당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이로 인해 상장기업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개국 중 가장 낮은 0.9배에 불과해 자산가치 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각국의 주주환원율은 지난해 말 기준 일본(108.5%), 미국(84.3%), 대만(49.6%), 한국(26.7%) 순이다.

패널로 참가한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기업을 경영할 때 대주주 지분이 높으면 지배구조가 안정적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의 모든 주주 이익을 가장 우선시할 때 지배구조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는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방지하고 회사의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효과적인 기업 거버넌스는 기업, 시장 및 경제에 신뢰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주가치 및 주가 상승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OECD 주요 회원국 은행지주의 2021년 평균 주주환원율. 이미지=한국금융연구원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적 접근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최근 일본의 경우 거래소가 나서서 PBR 1배 이하 상장기업들에게 저평가의 원인 및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정부 정책이나 거래소 지침 등이 일본의 선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며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 등을 소개했다.

명 팀장은 "국내 정기주총에서 통과된 주주제안 안건이 올들어 전년 대비 78% 증가하는 등 활성화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연도별 주주환원율 추이. 이미지=자본시장연구원 

그동안 전문가들은 수차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미흡한 주주환원정책을 지적한 바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투자자의 주주환원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동시에, 잉여 현금흐름이 과잉투자로 이어지거나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병호 한국금용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율은 OECD 회원국 은행지주 대비 상당히 낮기 때문에 주주환원율 제고는 은행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환원은 이론적으로 해당 은행지주의 성과 및 투자자의 기대수익에 대한 신호를 제공하고, 주주와 경영진 간 주인·대리인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서 연구위원은 "급격한 주주환원이 채권자의 부를 주주에게 이전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주주환원이 적절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지도록 선진 자본규제 도입 및 이미 도입한 자본규제의 실효성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업계를 시작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런던 IR 2023' 개회사에서 "한국 은행주 등 금융회사들의 PBR이 지나치게 낮다"며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과 관련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은 배당에 대해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며 "앞서 배당액과 배당 여부가 공표된 후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서는 일관되게 배당 주주친화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 기관들이 펀더멘탈이 탄탄한데도, 감동 당국의 안정성 요구에 의해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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