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실한 ‘모래성 짓기’ 원천차단책 시급
건설업계, 부실한 ‘모래성 짓기’ 원천차단책 시급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2.02.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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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망사고…요진건설산업, 중대재해법 2호 불명예
정부, 보여주기식 대책 급급…지자체, 전담조직조차 없어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정부가 대응하고 있지만 현장과 괴리된 보여주기식 대책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대형 인명사고나 상습적인 중대재해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 처벌 이후 3개월마다 감독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감독 종합계획’을 최근 내놨다.

고용부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노동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예방 감독을 강화하고 감독 방식을 세분화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많은 전국 2만3000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 블랙리스트’로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감독 영역을 사고현장에서 본사·원청 중심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용접공이 동아줄에만 의지해 고층아파트 외벽에서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용접공이 동아줄에만 의지해 고층아파트 외벽에서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경제

앞으로 공사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이 운영하는 전국 모든 사업장과 공사를 발주한 본사까지 감독을 받게 된다.
 
중대재해 사업장의 사후감독도 강화한다.

고용부는 대형사고 발생, 중대재해 다발 기업에 대해 분기나 반기 단위로 특별감독에 준하는 강력한 기획감독을 시행한다. 2명 이상이 동시에 사망하거나 1년간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엔 중대재해법 수사 외에도 정부의 특별감독을 받게 된다. 

고용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건물신축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판교 제2 테크노벨리 업무연구시설 신축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지상 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2명 모두 사망한 것이다. 

고용부는 작업중지를 명령을 내리고,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을 상대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에는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양주 채석장에서 굴착기 기사 2명과 천공기 기사 1명이 토사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을 ‘중대재해 수사 1호’로 선정하고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주요 건설사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등 ‘중대재해 1호 사업장’ 낙인을 피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법이 모두 유명무실하다. 현장과 괴리된 보여주기식 대책과 처벌만 강조하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터져도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은 채 솜방망이 처벌만 한다면 건설현장이 ‘죽음의 사업장’이 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불투명한 하도급 구조와 무리한 공기 단축, 공사비 후려치기, 불법 뒷돈 거래 등이 반복되는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안전전담 조직이 없는 점도 문제다. 중대재해법 경영책임자 범위에 지자체장이 포함돼 있지만, 기준이 애매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부영그룹이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웅천택지지구 5-1, 5-2블록에 짓고 있는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현장 인부들에게 안전 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부영그룹이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현장 인부들에게 안전 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중대재해법에서는 도급이나 용역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운영·관리하는 자가 예방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 시행으로 공공 부문도 중대재해의 책임을 지게 됐지만, 지자체가 용역을 준 경우 사고 책임이 불명확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실질적이라는 문구가 명확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에 혼선이 일고 있다. 누가 주체인지, 지배와 운영·관리를 어떤 범위와 수준에서 해야 하는지도 불명확해 지자체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시는 과거 사고 사례까지 검토하며 공공 발주 사업에서의 책임 강화에 나섰다. 전라북도는 공공 발주 공사의 경우 도급업체가 사고 책임의 주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됐기 때문에 준비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시군 단위까지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재 시군 전담팀 구성과 안전관리자를 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규칙을 시급히 제정하겠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서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종전 감독결과를 사고 현장에만 통보했지만 올해부터는 본사가 감독결과를 인지하고 관리토록 처분 내용을 본사에 직접 통보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