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내부에 있었다"…믿는 도끼에 찍힌 금융권 '초비상'
"적은 내부에 있었다"…믿는 도끼에 찍힌 금융권 '초비상'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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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남은행 포함 5년반 동안 1400억원 내부직원이 '횡령'
은행권, 잇따른 횡령사고로 전체 금융권으로 PF 점검 확대
금감원, 금융권 PF 긴급점검 나서지만 실효성에 의문 제기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진=문룡식 기자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진=이지경제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지난해 우리은행에 이어 1년 만에 경남은행에서도 560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내역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은행권 내부 통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대책 마련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증권·보험·캐피탈 등 전 금융권에 자금 관리 내역을 점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이번엔 새마을금고도 점검 리스트에 올렸다. 그동안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감독 산하에 있어 금융당국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새마을금고 사태로 한차례 논란이 제기된 데다 금고 특성상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해온 만큼 점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초 이뤄진 부동산 PF 건전성 점검과 달리 개별 부동산 PF 대출의 실제 자금 집행 내역을 일일이 점검해 경남은행 횡령 건과 같은 사고가 더 있는지 들여다보려는 취지"라며 "최소 2주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 PF와 관련한 거액의 횡령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KB저축은행과 모아저축은행에서 각각 94억원과 58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PF 관련 횡령사건이 적발됐다. 최근 드러난 경남은행 건을 포함해 이들은 모두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 여러 번 금액을 빼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시망을 피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8년 6월과 2021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경남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검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 및 신용 평가와 관련해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부동산투자금융부장 A씨의 횡령 혐의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사이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 간 PF 대출금 총 562억원을 빼돌렸다.

횡령 금액 회수율 또한 매우 낮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특수·인터넷은행 14곳 중 10곳에서 총 83건, 871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횡령금액 대비 회수율은 7.04%로 매우 저조하다. 

횡령사건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16.6건이며 횡령액수는 174억원 규모에 이른다. 올해 경남은행 횡령 사건(562억원)을 합하면 약 5년 반 동안 14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담당직원에 의해 빠져나간 셈이다.

결과가 이렇자 금융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7월부터 10월까지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 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뒤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횡령사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방안에는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확충하고 장기근무자 비율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대책 마련에도 횡령사건이 반복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부동산 PF 특성상 횡령이 일어나더라도 진위 여부 확인이 늦을 수 있다"며 "다른 감독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번 나뉘어 진행되는 부동산 PF의 복잡한 구조가 신속한 대처에 걸림돌이 된 것 같다"며 "정말 맘먹고 횡령 한다면 어떻게 막겠는가,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의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현행 제도가 문제의 한 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패했을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골자다. 다만 법안 개정 전이라 경남은행 사태에는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숱하게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횡령사고가 지속되는 것은 결국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은행은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침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관계자는 이어 "보안에 대한 중요성으로 실제 담당자가 아니면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현실적인 예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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