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불안한 고용…"청년들이 늙어간다"
고금리에 불안한 고용…"청년들이 늙어간다"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08.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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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하 연체율 역대 최고 수준…30대 이하도 안심못해
6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44% 2년새 3배 증가
연체율 추가상승 우려 속 저출산 등 사회문제 확대 우려
2030세대 주택담보대출(전월세보증금대출포함) 연체율. 사진=양경숙 의원실
2030세대 주택담보대출(전월세보증금대출포함) 연체율. 사진=양경숙 의원실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만 20대 이하 청년들의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고용이 불안한 청년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는 비중도 늘어나 소비 위축은 물론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8년 이전 연령별 연체율이 제출되지 않았지만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만큼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현재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였다.

30대의 경우 2019년 3분기 말 0.17% 이후 가장 높고, 40대는 2019년 4분기 말 0.21%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50대와 60대는 각 2020년 2분기 말 0.20%, 같은 해 1분기 말 0.22%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특히 20대 이하 연령층을 가운데 만 19세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 19세~30세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상품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고 양 의원실은 설명했다.

양 의원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기반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연체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소비위축과 함께 경제 전반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청년 대출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미성년자에게는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20대 이하 청년층은 만 19세의 연체율과 같다"며 "금융이 생소하고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층에서 연체율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층의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도 해당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취급된 취약차주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대출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를 기록했지만 2020~2021년 해당 비중이 38.3%로 증가했다. 

또한 한은은 청년층의 빚 부담은 금융시스템의 잠재 불안 요소일 뿐 아니라 사회 문제인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수년 사이 주택 매매 가격과 전월세 시세가 크게 뛰면서 갈수록 청년층에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출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은 물론 사회 문제인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금리 인상에따른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청년층은 소득의 3.3%를 원리금 상환에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즉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60대 이상(1.2%)보다도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20대 이하 청년층은 고정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며 "최근 5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20대의 대출과 연체액도 같이 오르는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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