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 현실화…한국의 선택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 현실화…한국의 선택은?
  • 김성미 기자
  • 승인 2023.09.01 0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EU, 반도체를 국가 산업 안보의 요체로 지정
韓, 우위 선점 위해 정부지원 강화, 인재 확보헤야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국내 대표 금융사 등과 일본 등 해외 유망 반도체 소부장기업에 투자한다. 사진=SK하이닉스, SK스퀘어
사진=SK하이닉스

[이지경제=김성미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산업 육성과 제3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수출과 생산에서 주요국 대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이 딜레마적 상황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과 EU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불균형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미국과 EU가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을 분석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미국과 EU는 반도체를 국가안보 핵심으로 인식하고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국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제3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기능이 멈추거나 중국처럼 산업 확장을 시도하는 국가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EU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바 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와 에너지, 의료 장비 등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시장 점유율과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하는 경제적 손실을 경험했다.

2021년 반도체 부족 사태로 미국은 GDP의 1%(약 2500억달러)가 감소했다. EU는 일부 회원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1/3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반도체 설계와 첨단재료,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조와 후공정을 대만,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ATP(Assembly, Test, Packaging) 38%(미국 5%, EU 4%), 웨이퍼 21%(미국 11%, EU 9%), 재료 19%(미국 10%, EU 6%)로 미국·EU 대비 높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의 발전과 영향력 증대에 대한 위협을 예방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인공지능(AI), 5G 등 21세기 기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주요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요체(要諦)로 지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기능이 정지되고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변화할 경우 주요국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 EU는 모두 자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육성 전략은 보조금 지급과 중국 제재, 제3국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EU는 보조금 지급과 모니터링과 위기 대응 역량 강화, 제3국 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표1.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계획 및 현황. 자료=한국무역협회
표1.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계획 및 현황. 자료=한국무역협회 종합

미국은 반도체 연구 개발·제조·인력 양성과 세액 공제 등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약 782억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중국 제재를 위해 우려 대상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의 실질적 확장 및 중요 거래 금지, 해외 우려 대상 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 금지, 미국산 및 미국에서 파생된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역량을 강화해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도 구사한다.

EU는 반도체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대규모 기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연구 개발 및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제조 시설 투자 유치를 위해 최초 제조 시설에 공공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와 공급 부족을 예측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동이익을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과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여 정보 교환, 반도체 분야의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이같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 총 2100억달러를 상회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과 대만기업은 2721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일부 미국 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언론보도를 종합한 데 따르면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171억원, 150억원을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반도체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EU에서는 대만과 미국기업이 투자를 계획 중이다. 

그래프. 반도체 시장 점유율. 자료=SIA.
그래프. 반도체 시장 점유율. 자료=SIA.

문제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은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주요국 대비 반도체 수출·생산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서다.

미국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과의 협력 관계 유지에 따른 선택의 자유 제한, 탈 중국 동참 압박 등 위험 요인이 공존하고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반면 보조금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EU 시장 내 첨단 반도체 팹에 대한 적은 수요,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 기반, EU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의 높은 운영비용 등의 제한이 있어 우리 기업에게 큰 이익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반도체 생산을 위한 반도체 장비, 소재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무협 이정아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2025년~2030년을 기점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새로 재편될 것”이라며 “이 소용돌이 속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도 정책적 지원과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국의 반도체 대규모 설비 증설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핵심 인재 확보와 안정적 인력 공급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성미 기자 chengmei@hanmail.net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